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영 Jan 18. 2024

잡초


아이는 훼손된 들에서 태어났다


철조망을 오르다 지치면

들짐승에게 업혀가는 꿈을 꾸면서


밟히고 뽑히며 새롭게 죽어갔지만

태어나지 않는 하루가 없었다


태어나는 것이 지겨워 죽지 않기를 택하고

조금이라도 덜 아프려 소리 죽이는 법을 배웠다


울지 않아도 울 수 있어 비가 오면


아이를 땔감으로 쓰는 너는,

아이를 독하다고 손가락질하는 너는

아이의 눈을 바라보지 않는다


왜, 추운 겨울을 알게 될까 봐 무섭니?


우리는 모를 것이다

추운 겨울이라는 계절, 살아서는


어제는 하늘을 사랑하는 나를 미워하고

오늘은 비 내리는 하늘을 미워하다가

내일은 비를 미워해야 할까 아이를 살리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풀밭에 낡은 신발 한 짝을 버리고 애원하는 일


가능한 멀리 떠나라고

간절하게, 계속


이전 10화 상실 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