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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영 Jan 19. 2024

와해


    어떻게 그런 얼굴을 하고 있지 매번


    금방이라도 울 듯한데 꼭 울지는 않는다 참고 참느라 일그러진 그런 너를 보면 기어이 내가 울게 되니까


    잔뜩 망가진 우리는


    ─ 하나도 우습지 않아

    ─ 그래, 우리는 정말 …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니 다른 건 생각 못 했을 거야 최선이었잖아 우리는 그런 기질을 타고나지 못했고


    날 때부터 내세울 것이 성실밖에 없어서


    ─ 이걸 바란 건 아니었는데

    ─ 정말?


    꾹 참고 쥔 알맹이에서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손 끝에는 감각이 있을까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씹어대던 날도 있었는데 어디서부터 감각이 무뎌지고 망가졌을까


    그러니까 이제 정말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고


    ─ 우리도 사라지겠지?

    ─ 오랫동안 바란 일이잖아 


    그래 너무나도


    무엇이든 될 것 같았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사소한 것들에 넘어지고 설레었던 지난날 거짓은 우리를 어지러이 얽혀서 이 세계에 너무 오래 머물게 하였다고


    ─ 참 모났지


    맞아 참 모났는데


    ─ 누가?


    닥치는 대로 씹던 것을 닥치는 대로 던진다 알맹이는 점점 커지고 커져서 던질 수 없을 것 같은데도 짙은 그림자 쪽으로 끝없이 날아가는 저것들은 


    너는 벌써 사라졌고

    나는 매번 휩쓸렸다


    ─ 아 …


    이제 나는 너처럼 울음을 참게 될 것이다


    지난 얼굴들이 무너지고 무너져 우스워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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