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런 얼굴을 하고 있지 매번
금방이라도 울 듯한데 꼭 울지는 않는다 참고 참느라 일그러진 그런 너를 보면 기어이 내가 울게 되니까
잔뜩 망가진 우리는
─ 하나도 우습지 않아
─ 그래, 우리는 정말 …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니 다른 건 생각 못 했을 거야 최선이었잖아 우리는 그런 기질을 타고나지 못했고
날 때부터 내세울 것이 성실밖에 없어서
─ 이걸 바란 건 아니었는데
─ 정말?
꾹 참고 쥔 알맹이에서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손 끝에는 감각이 있을까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씹어대던 날도 있었는데 어디서부터 감각이 무뎌지고 망가졌을까
그러니까 이제 정말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고
─ 우리도 사라지겠지?
─ 오랫동안 바란 일이잖아
그래 너무나도
무엇이든 될 것 같았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사소한 것들에 넘어지고 설레었던 지난날 거짓은 우리를 어지러이 얽혀서 이 세계에 너무 오래 머물게 하였다고
─ 참 모났지
맞아 참 모났는데
─ 누가?
닥치는 대로 씹던 것을 닥치는 대로 던진다 알맹이는 점점 커지고 커져서 던질 수 없을 것 같은데도 짙은 그림자 쪽으로 끝없이 날아가는 저것들은
너는 벌써 사라졌고
나는 매번 휩쓸렸다
─ 아 …
이제 나는 너처럼 울음을 참게 될 것이다
지난 얼굴들이 무너지고 무너져 우스워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