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훼손된 들에서 태어났다
철조망을 오르다 지치면
들짐승에게 업혀가는 꿈을 꾸면서
밟히고 뽑히며 새롭게 죽어갔지만
태어나지 않는 하루가 없었다
탄생이 지겨워 살기를 택하고
조금이라도 덜 아프려 소리 죽이는 법을 배웠다
울지 않아도 울 수 있어 비가 오면
아이를 땔감으로 쓰는 나는
아이를 독하다고 손가락질하는 너는
아이의 눈을 바라보지 않는다
왜, 추운 겨울을 알게 될까 봐 무섭니?
우리는 모를 것이다
추운 겨울이라는 계절, 살아서는
어제는 하늘을 사랑하는 나를 미워하고
오늘은 비 내리는 하늘을 미워하다가
내일은 비를 미워해야 할까 아이를 살리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낡은 신발 한 짝을 버리고 애원하는 일
가능한 멀리 떠나라고
간절하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