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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영 Jan 18. 2024

잡초


아이는 훼손된 들에서 태어났다


철조망을 오르다 지치면

들짐승에게 업혀가는 꿈을 꾸면서


밟히고 뽑히며 새롭게 죽어갔지만

태어나지 않는 하루가 없었다


탄생이 지겨워 살기를 택하고

조금이라도 덜 아프려 소리 죽이는 법을 배웠다


울지 않아도 울 수 있어 비가 오면


아이를 땔감으로 쓰는 나는

아이를 독하다고 손가락질하는 너는


아이의 눈을 바라보지 않는다


왜, 추운 겨울을 알게 될까 봐 무섭니?


우리는 모를 것이다

추운 겨울이라는 계절, 살아서는


어제는 하늘을 사랑하는 나를 미워하고

오늘은 비 내리는 하늘을 미워하다가

내일은 비를 미워해야 할까 아이를 살리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낡은 신발 한 짝을 버리고 애원하는 일


가능한 멀리 떠나라고

간절하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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