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문제일까요?
최근에 크로스와 숄더로 자유롭게 멜 수 있는 가로 29cm 정도 되는 나일론 가방 하나를 구입했다. 이 가방은 '적당히' 혹은 '대충 아무 때나' 드는 정도의 일상용으로 쓰기 위한 가방이었다. 무엇보다 도서관에서 빌리는 큰 글자 책을 제외한 웬만한 사이즈의 책들은 충분히 넣을 수 있다는 점이 나의 마음을 끌었다.
막상 새 이 가방을 들고 도서관을 가려고 가방 안에 책을 넣다 보니 나라는 사람이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읽을지 몰라 책을 최소 세 권은 넣고 다닌다는 점을 간과했다. 가로 29, 세로 24센티의 가방 안에는 소설책, 에세이 등 책 몇 권을 넣으니 가방 안에 다른 자잘한 짐들을 넣을 여유 공간이 없어졌다. 테이블 위에는 미처 담기지 못한 텀블러, 핸드크림, 필통, 노트, 선글라스 등이 나와 있다.
'어, 이건 아닌데...'
내가 상상했던 그림과 내 선택의 결과가 어긋나는 순간의 당황스러움은 새 가방의 용도를 도서관에 들고 다니기 위한 용도에서 외출용 가방으로 '용도 변경'을 한 다음에야 가라앉았다. 나일론 가방의 내구성이 좋아도 책 한 두권 정도야 괜찮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책의 무게로 인해 외형상 가방의 모양이 무너지는 것도 가방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터였다.
그렇다고 책 세 권 중 어느 한 권을 덜어내기도 어려워 보였다. 세 권 중 한 권을 빼면 분명히 도서관에 가서 집에 두고 온 책을 보고 싶을 때가 많았다. '이 책이 지금 내 앞에 있다면 좋을 텐데..' 하고 아쉬워할 게 뻔했다. 이렇게 고민만 하다가 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나를 알기에 평소 가지고 다니던 원래대로 꺼내놓은 책과 소지품들을 백팩으로 도로 넣었다. 백팩에 원하는 책과 물건들을 다 넣고 나니 갈팡질팡하던 마음도 제 자리를 찾아 반듯해졌다.
마음도 평온해졌고, 외출복까지 갈아입었는데 발걸음이 집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집에 있는 것도, 도서관을 가는 것도 갑자기 다 내키지 않는다. 어쩌라는 거지? 이번에는 목 디스크가 의심될 정도로 심각하게 뭉친 어깨가 책 서너 권과 일 킬로가 넘는 노트북이 들어간 무거운 짐을 메기 싫다고 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현재 양팔을 머리 위로 원만히 들어 올리기 힘든 상태로 팔을 들어 올리려면 꽤나 뻐근하고 날카로운 근육통도 동반되고 있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것이 목디스크 인지, 오십견 인지, 회전근개파열 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앞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상황으로 말미암아 가방 두 개에서 짐을 번갈아 가며 넣고 빼고 하면서 온갖 부산스러움으로 나 자신을 번거롭게 하였는데 그 상황이 끝나자마자 밖을 나가기 싫어졌다니 이 무슨 변덕스러움일까. 하하하!!! 마른 웃음이 나온다.
이런 날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사소하지만 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들로부터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입다 만 옷을 걸친 사람처럼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어정쩡하게 하루를 그냥 날려 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이도 저도 내키지 않는 그런 날이 있다. 새 가방에 책을 넣고 빼는 것으로 시작해서 외출복을 입고 집 식탁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있는 지금까지도 무엇이 어디가 어떻게 불편한지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 오늘은 외출북을 입은 상태로 집에서 집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해야 하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이 상황이 답인 걸까.
엇, 그러나 오늘은 어린이날 대체공휴일로 도서관은 휴관이다. 휴관일에도 종종 도서관에 갔다가 도서관 앞에서 '휴관일'이라는 붉은색 글씨를 보고 돌아 나온 적이 몇 번 있었다. 오전부터 피웠던 그 소란스러움의 결과는 결국 '휴관'이라니 정말 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