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트는 뼈가 느껴진다. 많이 먹는데도 말랐다. 많이 움직이기 때문일까. 밤에 방에 누워있으면 이쪽에서 저쪽으로 달리는 소리가 난다. 옆으로 세워둔 솥들이 무너지는 소리도 난다. 쥐를 따라 뛰는 것처럼 달린다. 아래층에서 층간 소음으로 항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먼저 선물을 들고 아래층에 인사를 다녀오는 상상을 한다.
"안녕하세요. 위층에 귀여운 녀석이 있는데 좀 시끄러울 거예요. 이해바랍니다. 하하하."
내 생각을 렛트가 알아듣는다면 이 작은 몸이 좀 뛰어 다니기로소니 뭔 소리가 그렇게 심할까, 하면서도 정 이웃 간의 정이 염려된다면 그러시든지 하고 양옹양옹 할 것 같다.
렛트가 살이 찌지 않는 이유가 밝혀진 것 같다.
나는 렛트가 적게 먹는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눈치를 본 거였다. 어느 날부터 많이 먹었다. 양옹 양옹거려서 그릇에 밥을 담으면 후다닥 눈치를 보면서 달려가 먹어치웠다. 내가 기분이 나쁜 점은 이 점이다. 왜 내 눈치를 보는가. 내가 뭘 잘못하고 있다고. 그래도 그의 똥만큼은 이해할 수 없는 거였는데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이해했다.
"렛트가요 똥을 싸는데요 이상하게 먹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똥을 싸는 것 같아요."
"착각입니다. 먹은 만큼 싸는 거예요. 먹은 것 이상을 쌀 수가 없어요.
"그렇죠. 그런데요. 이상하게 똥이 더 많아요."
"건식 사료라서 그런 걸 거예요. 수분이 하나도 없거든요. 뱃속에 들어가서 물기에 젖어 부풀어 오른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래서 그런 걸 거예요."
내 착각의 이유가 명확하게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렛트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왼쪽 다리의 신경이 죽은 것 같다고 했다. 혹시 살아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어서 부목을 대는 거라고 했다.
렛트의 몸에선 냄새가 많이 났다. 부목을 갈기 위해 그걸 잘랐을 때 의사가 말했다.
"여기 오줌이 묻었네요."
그리고 또 안타까운 이야기를 했다.
"부목을 대고 있어서 글루밍이 더 힘들 거예요."
어쩌나 고민하다가 집에 돌아와 샴프 기능이 있는 티슈로 털을 닦았다. 렛트는 저항하다고 공손해졌는데 말리기 위해 드라이기를 켰을 때는 거의 발광을 했다. 그래서 바로 끌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무서운 것이 아직은 많은 녀석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독자와 직접 소통을 하기 위해 '무라카미씨의 거처'라는 홈페이지를 연 적이 있다. 그리고 올라오는 모든 질문에 답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중에 그는 그 약속을 후회했지만 누군가 이런 질문을 올린 적이 있다.
몇 년 전에 기르던 고양이가 사라졌어요. 사라진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 까요?(여성, 32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