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끝나면 샤워를 한다. 어떤 땀은 눈에 보여 뚝뚝 떨어지지만 어떤 땀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거칠게 내쉬는 숨소리로 흘린 땀을 예측할 뿐이다. 나는 평소 땀이 많은 편인데 수영을 하면서 이마에 땀방울 한번 맺힌 적 없다. 격렬하게 수업 한 날에도 땀으로 젖은 수영복을 본 적 없다. 빨래 바구니에 쉰내 나는 운동복이 쌓일 일도 없다. 수영장은 땀 냄새를 맡을 순 없지만 다양한 인간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이다.
새벽 수영을 선택한 사람은 잠에서 깨자마자 수영장으로 향한다. 지난밤의 잠 냄새가 온몸을 감쌌다. 하루의 끝이 담긴 이불 냄새, 포근한 잠옷 냄새, 자기 전 바른 바디로션 냄새가 살갗에 그대로 남았다. 어떤 이에게서는 짙은 회식의 냄새가 났다. 들숨과 날숨에서 소주와 맥주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저녁 수영을 선택한 사람은 하루의 피로를 짊어지고 수영장으로 향한다. 그에게는 그날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다. 화장품 냄새, 저녁식사 메뉴가 머리카락 끝에 남았다. 믹스커피 냄새, 하루 종일 핀 담배 냄새 잔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입었던 옷을 벗으면 날것의 냄새만 피부를 감싸고 있다. 샤워실 벽면에 적힌 ‘샤워 후 입수’는 남은 옷을 벗어낼 마지막 기회처럼 보인다. 남은 옷을 제대로 벗지 않는 사람이 있다. 자기 전집에서 씻었다고 말하는 사람, 수업시간에 쫓겨 촉박한 사람, 수영장 물이 씻겨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벗겨지지 않은 옷은 그대로 수면 위에 표류한다. 누군가의 앞길을 막기도 하고, 몸에 달라붙기도 한다.
무엇보다 입수 전 양치질은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혓바닥을 박박 닦는 것이다. 그리고 입을 10번 이상 헹궈야 한다. 이만 닦고 제대로 헹구지 않으면 기존 입냄새와 치약이 섞인 독특한 냄새가 난다. 그가 믹스커피를 마시고 왔다는 사실은 알고 싶지 않은 냄새였다. 새벽부터 열심히 수영하기 위해 약간의 당과 잠을 깨워주는 카페인이 필요했겠다고 생각했다. 그처럼 수영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헥헥거리는 소리는 냄새를 곁들여 자신의 존재를 널리 알렸다.
어느 날부터 한쪽 벽면에 수영장 회원이라면 치과 진료비 할인 광고가 걸리기 시작했다. 참 좋은 광고라고 생각했다. 치아건강의 기본은 기초진료를 자주 받으면서 양치질을 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매너 있는 수영인은 치아건강도 좋을 것이라는 공식이 생겼으면 좋겠다. 화장실에 붙어있는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는 글처럼 매너 있는 수영인 역시 머문 자리가 깨끗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