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작가는 뭘 하나요?” “말을 씁니다.” “말이요?” “방송에서 진행자나 출연자들이 하는 말을 작가들이 쓰죠. 오프닝과 클로징도 쓰고, 진행자가 중간중간에 하는 말도 쓰고요. 영상물에선 내레이션을 쓰죠.” “어떤 진행자들은 마치 대본 없이 진행하는 것처럼 보여요?” “방송은 약속이 매우 중요해요. 미리 짜여 놓은 약속대로 진행해야 방송 사고가 나지 않거든요. 대신 잘하는 진행자들은 작가들이 쓴 원고에 본인 특유의 말투를 집어넣거나, 공부한 것을 좀 더 보태죠. 재치 있는 애드리브도 환영이죠. 그런데 생각보다 애드리브 잘 치는 진행자는 많지 않아요. 어쨌든 그렇게 해준다면 작가 입장에서 질문을 살려주니 고맙죠.”
“대담 프로그램 작가들은 질문을 어떻게 뽑아요?” “질문이라고 해서 그냥 나열하지 않아요. 방송에서 제일 중요한 건 구성이거든요. 시작을 어떤 질문으로 할지 고민하고, 그다음에는 시청자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질문을 배열하죠. 예를 들어 어떤 사건을 다룬다 하면 시작은 다 달라요. 사건 개요를 시작으로 하기도 하고, 어떤 사건은 범행 동기를 제일 먼저 올리기도 해요. 아니면 판결을 제일 먼저 올리기도 하죠. 글 쓸 때 두괄식으로 할까, 미괄식으로 할까 등등 고민하잖아요. 방송 말을 쓸 때도 마찬가지랍니다.”
“대담 프로그램을 보면 출연자들이 술술 답변을 하는데 작가가 다 써주는 건가요?” “일반인들이 출연할 때는 사전 취재를 많이 합니다. 그걸 토대로 질문도 뽑죠. 전문가가 나오는 경우는 참고라고 해서 꼭 언급해야 할 부분을 정리해서 붙여둡니다. 특히 사실에 어긋나면 큰일이기 때문에 정확한 날짜, 장소, 숫자 등을 확인해서 붙여두죠. 지금 제가 하는 프로그램 작가들은 참고를 깔끔하게 잘 써요. 그래서 어떤 출연자는 다른 채널 가서 참고한다고 저희 대본을 갖고 간 적도 꽤 있어요.” “그럼 문장력이나 맞춤법은 상관없겠네요?” “어차피 말로 바뀌어 나갈 텐데라고 생각하면 큰일입니다. 제대로 된 문장을 쓰고 올바른 맞춤법을 쓰는 건 작가의 기본입니다. 질문이 어색하고 비문이면 그 의도가 어긋날 수 있어요. 맞춤법도 마찬가지고요.”
“구성은 꼭 필요한 건가요?” “지금은 잘 쓰지 않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방송 작가를 구성 작가라고 불렀어요. 아직도 프로그램 말미에 올라가는 스텝 명단을 보면, ‘작가 000’보다는 ‘글 000’ 혹은 ‘구성 000’ 이렇게 올라간답니다. 그만큼 구성은 방송 대본을 쓸 때 중요합니다. 개인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는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보통 한 달 가까이 피디가 밀착해서 그 혹은 그녀의 생활을 찍어옵니다. 그렇다고 그걸 시간대로 나열해서 내보낼 수 없죠. 찍어온 걸 나름의 스토리로 만들어 완결하는 게 구성입니다. 혹여 방송 작가에게 제일 필요한 능력은 무엇이냐고 질문을 받는다면 구성력이라고 대답할 겁니다.” “매일매일 원고를 쓰는 건 어떤가요?” “하루에 제게 주어진 진을 다 빼며 써요. 방송에선 ‘대충’이란 말은 없거든요. 나의 실수가 자칫 나비 효과가 될 수 있어요. 아이템을 골라내고, 구성하고, 마지막 대본과 자막까지 마치면 온몸의 진이 다 빠져요. 그래서 오늘 한 일은 오늘까지만 생각하려고 하는데 쉽진 않아요. 멋진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니지만, 생각보다 일이 고되지만, 그래도 시청률이 잘 나오거나 프로그램이 재미있어, 즐겨 봐 뭐 이런 말 한마디 해주면 또 힘내서 방송을 열심히 만드니 칭찬 많이 많이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