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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자 Nov 27. 2023

나이도 입으로 먹고 똥꼬로 뱉은

오늘은 낮 1시에 출근해서 저녁 9시에 퇴근하는 월요일이다.

일주일 중 삼일이 그렇고 나머지는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다. 무탈한 주말과 휴일을 보내고 모닝커피와 함께 여유로운 아침을 보낸 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출근을 했다.


"내일 ㅇㅇ 다녀올게요."

"말일에 가신댔잖아요."

"(어쩌고 저쩌고) 해서 내일 가려고요."

"네, 알겠어요."

"그러니까 내일은 선생님이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9시에 퇴근하세요."

"네?"

"그리고 목요일에 3시간 일찍 퇴근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하고 말고는 내게 상의하고 부탁했을 때 내 선택에 달린 것이고 내일 일찍 갈지, 모레 일찍 갈지 정하는 것 또한 내 권리인 것을. 본인이 왜 내 사적인 시간을 마음대로 사용하려 들고 계획하며 강제하는 거지?’


사무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기도 전, 오전 근무자가 어처구니없는 말들을 신명 나게도 짖어댔다. 말일 날 가기로 했던 출장지를 내일 가려고 한다면서 갑자기 나더러 본인 출근 시간인 아침 9시부터 내 퇴근 시간인 저녁 9시까지 12시간을 아니, 점심시간 제외하고 11시간을 근무하라는 것이다. 대신 목요일에 3시간 일찍 가면 되는 것 아니냐는 어이 상실성 개 논리로 인심 쓰듯이 말이다.


'뭐지? 나이도 입으로 먹고 똥꼬로 뱉은 인간인가."


나보다 나이 많은 냥반이기에 지금까지 이래도 저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군말 없이 예우하고 눈감아 줬더니 나를 점점 물로 보는 모양이다. 일정을 함께 조율하며 근무해야 하는 상호관계에서 양해를 구하기는커녕 상의 한번 없이 나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일방적인 명령조로 내뱉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낮 1시 출근은 12시 넘겨 나와도 아침과 다르게 막힘없이 가뿐하게 출근할 수 있지만, 러시아워 시간대인 오전 출근은 기상 시간부터 많은 시간이 배 이상으로 소요된다. 1시 출근은 느지막이 11시 반 기상으로 하루를 시작해도 되지만, 오전 9시 출근은 아무리 늦어도 6시 반 기상으로 이른 하루를 시작해야만 한다. 오늘 퇴근은 9시고. 모레도 근무일이다.


결론은 오늘 밤 퇴근 후 내일 새벽부터 피로하게 일어나 점심시간을 포함하여 밤 9시까지 12시간을 수고하고, 다음날도 출근해야 하는데. 개념도 양심도 없이 덧뺄셈 산수식으로 3시간? 다음날 하루를 온전히 쉬라 했어도 그런 일방적인 통보에 반갑다마는 하지 않았을 텐데. 모레도 아닌 목요일 3시간?


물론 추가된 근무 시간만 계산하자면 틀리지 않는 숫자지만, 말하는 태도와 방식이 틀려먹은 그런 냥반 때문에 감수하게 될 나의 피로와 수고로움을 무시하고 싶지 않았다. 그 피로는 내일 하루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최소한 모레까지는 이어질 게 분명하므로. 마음을 가다듬고 부드럽게 둘러댔다.


"밥 약속이 있어서요."

"몇 시요?"

"출근 전에요."

"그러면 출근했다가 점심시간에 사무실 근처에서 먹고 오면 되겠고만요."

‘무슨 이런 인간이 다 있지? 그게 어떤 약속일 줄 알고? 그보다 이른 시간에 이미 예약된 장소가 있으면 어쩌려고. 제멋대로 이래라저래라 강요질일까?‘


그간 휴일을 정하고 휴가를 정하고 다른 일정들을 조율할 때도 늘 본인에게 맞춰줘 왔더니 은근슬쩍 나를 요리하며 선까지 넘으려 하네. 여기서 제대로 그어줘야겠다.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더는 좋게 말해서도 안 되겠다 싶었다. 단호하게 말했다.


"안 되겠어요."

"왜요?"

"못해요."

"못해요?"

"네. 못해요."

"알았어요."


그 냥반은 굳어진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으레 그래왔던 것처럼 "네, 그래요."라는 나의 순순한 대답을 들을 줄 알았겠건만, 처음 거절을 당했으니 당황했을지 모른다.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부탁했었더라면, 내 의사를 존중해 먼저 물었더라면 나는 기꺼이 들어주고도 남았을 거다.


나의 배려를 권리로 이용하고 나의 일부 허용을 모두 용납으로 착각한다면 나는 기꺼이 거절과 무시로 답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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