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 지나고 보니, 나를 바꿔준 사건이 있었나요?
큰아이가 네 살, 둘째가 두 살이던 겨울,
우리는 동대문구에서 은평구로 이사했다.
눈이 흩날리던 어느 날,
아이 둘을 품에 안고 낯선 동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독박육아를 핑계로 겨울 내내 집 안에 머물렀고,
마침내 봄이 오자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숨통이 트일 줄 알았다.
하지만 그해 5월, 메르스가 한국을 강타했다.
또다시 우리는 집에 갇혔다.
처음 겪는 전염병, 문을 닫은 세상,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앞에서 나는 하루하루 긴장으로 굳어갔다.
밤이 되면 심장은 쿵쾅거렸고, 눈을 감아도 잠은 오지 않았다.
무기력과 짜증, 이유 모를 불안이 들쑥날쑥 나를 괴롭혔다.
그러다 결국, 보건소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마지못해 찾아간 그 자리에서,
나는 뜻밖의 나를 만났다.
눈물로 얼룩진 기억 속 ‘어린 나’였다.
엄격한 엄마 앞에서 숨죽이며 자라던 아이,
자상하지만 늘 불안정했던 아빠를 바라보며 긴장하던 아이.
내 안에 그런 내가 숨어 있었는지, 나는 그제야 알았다.
상담 선생님은 조용히 물었다.
그 아이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요?
나는 한참을 울었다.
아무도 묻지 않았던 질문 앞에서.
그날, 나는 내 감정을 들여다보고, 말해보고,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 느끼는 연습을 시작했다.
그건 단순한 상담이 아니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사건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알게 되었다.
나를 지탱하지 못하던 이유가 약해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억눌리고 무시당해온 내 안의 작은 목소리 때문이었다는 걸.
이후에도 삶은 흔들렸고,
또 무너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럴 땐 처음 그날처럼,
내 안의 ‘작은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걸면 된다는 걸.
오늘의 질문
지나고 보니, 나를 바꿔준 사건이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