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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무지니 Feb 20. 2023

나는 나를 모른채 일만 했다.

사람이 힘들면 일도 싫어질 수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던 그 때... 

벌써 10번째 글이다. 


주 2회는 발행하겠다 마음먹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금방 돌아오고 있다. 아침에 올리던 글이 오후로, 저녁으로,... 이렇게 글을 써도 되는가 하는 복잡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 같다. 




조직문화 관리자는 처음부터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우리 조직 구조가 팀 - 그룹 - 파트 순이었는데, 내가 팀CA, 그럼 산하에 그룹CA가 서포트를 했다. 우리 팀은 3개의 그룹이 있었는데, 한명은 나한테 인수인계 해주던 친구, 한 명은 내가 있던 그룹(그 중에 나 왕따 시키던 리더와 한Cell). 다른 한명은... 음 왜 기억이 안나지? 아마도 그 두 명이 너무 힘들어서 그랬나?^^;;; 기억이 잘 안난다...ㅠ.ㅠ 


 그 일은 시작부터 삐그덕 거렸다. 그룹CA들은 내 의견에 반대를 하려고 나오는 것 같았다. 우리끼리 모여서 회의를 하면 왜 안되는지, 내가 몰라서 그런 의견을 내는지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고 시작됐다. 그때까지 엔지니어로 들어온 여사원들 지도 선배말고는 누구와 같이 일을 해보지도, 더구나 리더의 자리는 해본 적도 없이 시작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지금 나 아는 사람들은 이 얘기 들으면 안 믿을 지도 모르겠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소통이 안되지, 안그래도 이전 부서에서 왕따를 당했던 기억이 있어서 의욕도 별로 없는 상태였는데, 팀 직속 조직조차도 나와 안 맞았다. 이전에 부서장이었던 팀장님, 그리고 전 부서에서 같이 일해보면 좋겠다고 했던 파트장님이 노사 담당자가 되어서 함께 일하게 되었다. 다 알던 사람들이고, 누구보다 내 성향을 잘 알고 있으니 걱정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게 오산이었다. 


팀장님은 나를 직접적으로 찾는 법이 없었다. 노사 담당자가 직급 순으로 보나 나이순으로 보나 파트장 겸직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지만, 점심 시간에 그룹 CA들을 어르고 달래서 행사를 준비하면 팀장님은 팀 Staff들 데리고 나가서 외식을 하셨다. 팀장도 참여하지 않는 행사에 그룹장을 참석시키는 게 쉬울 리가 있나. 그런 상황이 이어지니, 행사가 있는 날이 되면 그룹장님들도 간담회를 잡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셨다. 다 모여봐야 행사 진행을 4명이 다 해야 하는데 사람들 참여를 끌어내기가 너무 힘들었다. 


이런 상황이 힘들어서 팀장님께 면담 요청을 하면, 노사 담당자와 이야기하라고 하셨다. 


"선배님, 전 이 일이랑 안 맞는 거 같아요. 한명은 이겨먹을라고 하고, 한명은 니가 왜 우리 팀 대표냐는 식이고, 행사 진행하면 팀장님이랑 선배는 매번 나가서 뭐한다고 참여도 안하고. 누가 해도 나보다는 잘 할 거 같은데 바꿔주세요" 


"너는 잘 할 수 있는 놈이 그러냐,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왜 자꾸 애들 기에 눌려! 못한다고만 하지 말고 어떻게든 해봐야지" 


새로운 벽이었다. 해법은 없고, 나한테는 권한도 없었다. 누굴 시키는 게 껄끄럽고 부대끼니까 나 혼자 뭔가 하는 날이 많아졌다. 너무 답답하고 힘든데, 이야기를 하면 질타를 받는다. 회사 다니면서 그 때가 제일 많이 울었던 거 같은데 면담하면서 자꾸만 울게 되니까 안 울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손톱으로 자꾸만 손등을 쥐어 뜯었다. 살짝 긁기만 만해도 붉은 선이 올라오던 내 피부는 흡사 멍게가 된 것 처럼 새빨갛게 올라왔다. 


그렇게 수개월이 지나가면서 점점 곪아가니,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버티고 남아있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었다. 도망치고 싶어서 선택한 길이었는데 오히려 더 수렁에 빠진 것 같았다. 나는 실무하면서 내 일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일 하나만 있으면 버틸 수 있는 사람인데, 믿고 의지하던 선배들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건 도무지 버틸 수가 없었다. (이전에 그런 트러블들은 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열이 받긴 해도 마음에 타격을 주지는 않았던 거 같다) 


진짜 이 일 도저히 못하겠다고 다른 사람 뽑아달라고 말하는데 장장 10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싫은 소리를 입 밖으로 내면 정말 그 사람을 안 보거나, 일을 안하겠다는 각오로 말하는 타입이라 내 딴에 정말 큰 맘 먹고 팀장님 면담을 요청했다. 


"팀장님, 이 일에 권한도 하나 없이 이렇게 일하면서 제 역량이 부족하다고 자책하는 게 너무 힘듭니다. 행사한다고 만들어두면 자리 비우시고, 애들 몇 명 컨트롤이 안되냐는 소리 자꾸 듣는 것도 왜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든 끌고 가보려고 했는데, 그냥 원래 생각하시던 인력들로 다시 CA뽑으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가라고 하시는 곳에 가서 일하겠습니다" 


"나는 너 편하게 일하라고 일부러 자리 피해주고 한거였는데, 니가 그걸로 힘들었으면 미안하네. 직접 보고 안 받은 것도 나 끼면 진행할 때 너무 내 눈치만 보지 않을까 했는데 내가 잘 못 생각했나보다. 이제부터 조직문화 관련된건 야무진한테 직접 들을 테니까 그렇게 포기하지 맙시다." 


그 때 나는 내 성향을 어렴풋이 알았던 거 같다. 내 일을 하는 데 그걸 결정권자에게 바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내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이 어느 정도 있어야 일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다. 보고루트가 간단해 지고, 필요한 걸 바로 요청할 수 있게 되자 조금은 숨통이 트였다.  


진짜 내 회사 생활의 2막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진행된 조직 개편에서 일어나긴 했지만...


 



10편 정도 글을 쓰니 회사 생활 10년동안 있던 굵직했던 일들을 적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바로 어제처럼 생생하다고 생각했는데, 잊어버리고 있던 이야기도 많고,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싶은 일도 많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10년은 요령없이 맨땅에 헤딩하면서 보냈던 거 같아요. 시간이 약이라고 믿었고, 그래서 조금은 버틸 수 있었기도 한 거 같구요. 후반부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좀 고민을 해봐야 할 거 같습니다. 으~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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