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호스피스에 간다.
스물여덟 살에 시작한 호스피스로의 걸음이 어느덧 서른여덟까지 이어졌다. 호스피스 병동은 이십대의 혼란을 고스란히 받아주었다. 환자들의 마음과 함께 휘청거리던 지난날 나의 청춘이 마흔을 준비하고 있다.
맞닥뜨리기 전이 가장 무섭기 마련이다. 그래서 마흔을 목전에 둔 서른아홉이 더 두렵다.
서른은 '막연한 공포'였다. 이제는 정말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을 묵시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은 '인지하고 있는 공포'다.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나이 듦, 어떻게 나이 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깊어진 고민이 공포로 다가오기도 한다. 지나간 시간에 점철된 후회는 인간이기에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반면, 후회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인간이기에 부릴 수 있는 욕심일까.
나이 들어가는 나 자신과 조우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누군가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지만 호스피스 병동에서 만나는 모두가 말해준 듯하다.
나의 가족조차 무섭다고 말하는 호스피스 병동이 나에겐 포근하고 따뜻한 공간이다. 병원을 익숙한 공간으로 만들어 갈 만큼의 세월 속에서 나는 많은 걸 배우고 무엇을 잊어버린지도 모른 채 망각해 왔다. 이십 대, 삼십 대의 눈으로 바라본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로서의 경험을 글로 남기려는 결심도 이 때문이었다. 그들이 전해 준 귀한 배움을 더 이상 놓치지 않기 위해서.
2014년부터 2024까지 함께 한 호스피스에서의 모든 인연을 소중하게 기억하며, 첫 번째 연재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호스피스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