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딸
6월은 딸의 생일이 있는 달이다. 나머지 식구의 생일이 9월이라 딸은 자기만 6월생이라며 볼멘소리를 한다. 그러면 나는 6월 12일 아침 시간에 부슬부슬 내리는 비와 초록의 싱그러운 풀냄새와 함께 들리는 새소리가 너를 맞이했노라고 말하곤 한다. 이런 말을 하면 딸은 삐죽거리기 일쑤다.
그런 딸이 12번째 생일을 앞두고 받고 싶은 생일 선물로 전라도 광주에 가고 싶다고 했다. 수업시간에 민주화운동에 대해 배웠노라며 그 현장을 보고 싶다는 게 딸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광주를 향하는 기차를 타고 옛 도청과 시계탑광장, 전일빌딩 245를 돌아다녔다. 경상도에서 나고 자라 근현대사가 배제된 교육을 받고 자라 나는 광주의 일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작년 5월과 7월에 처음 광주에 가, 그 역사현장을 마주하고 나는 참 생경함을 느꼈었다. 그런데 딸은 나와는 달랐다. 작년에 내가 광주를 다녀와서 준 팸플릿을 보고 강풀의 26년을 읽고, 민주화운동에 관련된 책을 찾아보고, 그리고 학교 수업을 듣고 자기도 광주를 가 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딸은 그곳에 왔고, 돌아다니며 봤다. 딸이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이 하루가 딸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엄마의 입장에서 그녀의 삶에서 한 기억으로 자리 잡을 이곳이 나의 생경함과는 다를 것이라는 것만은 확신한다.
요즘 딸은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그런 그녀가 낯설게 여겨질 때도 있고, 때론 딸을 어딘가 반납하고 싶기도 하고, 때론 기특하고 커 가는 모습이 감사하기도 하다. 사춘기 딸만큼이나 나도 마음이 요동치고 성장하고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런 딸은 일주일 단위로 한 번씩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하거나 해야 할 일을 안 해서 갈등을 만들고 있다. 어제도 그랬다. 영어학원 선생님이 딸이 문법 부분을 제대로 숙제하지 않음을 알리고 가정에서 지도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친한 친구에게 상황을 전화로 전하며 딸의 흉을 열심히 봤다. 그런 친구는 내 딸은 잘 크고 있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전했다. 그리고 학원을 다녀온 딸에게 폭풍 잔소리를 투척하고, 그런 나를 엽기토끼의 눈으로 마주한 딸은 그럼에도 밤에는 엄마랑 자겠다며 내 곁에서 잤다. 원수가 따로 없다고 여기다가도 나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오늘 하루 딸을 참 살뜰히 챙겼다.
나는 사춘기의 접어든 딸이 커가는 모습을 바라본 게 좋다. 자기만의 가치관이 생기고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자신의 삶을 구축하고 살아갈 힘을 열심히 몸과 마음으로 기르는 것이니 엄마로서 그녀의 사춘기를 응원하고 잘 보내길 바란다. 그런데 딸이 거짓말을 종종 하는 와중에 자기 잘못을 말하지 않고,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면 나는 깊이 좌절하고, 그녀를 비난한다. 그걸 본 남편은 딸의 잘못된 부분을 너무 크게 바라보지 마라고, 그게 딸의 전부인 것 마냥 생각하지 마라며 나를 다독이곤 한다.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자기 생일 선물로 광주에 가 보고 싶다는 딸이다. 오늘 딸을 보고 있노라면, 이만하면 나름의 자기 생각을 가지고 잘 크고 있는 거겠지 나름 생각해 본다. 그래도 걱정 많은 엄마는 광주에서 본 고양이 소품을 통해서 해소한다.
"딸 네가 사고 칠 때마다 저 고양이처럼 엄마가 저러고 있어. "
마시마로의 눈으로 볼에 바람을 가득 넣고 딸은 나를 쳐다본다.
"음하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