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나도 처음엔 말렸지! 하지만 그자가 믿지 않았어! 돈이면 다 해결될 것처럼 아니 그럴 거라고 절대적으로 믿고 있었거든 이미 그렇게 마음먹은 사람에게 설득은 의미 없잖아!" 점장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막으셨어야지요! 열심히 살아왔던 사람인데…." 라이더가 목소리를 높였다.
"자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 거로 생각하나? 정말 슬퍼할까? 그조차도 확실치 않잖아? 후회? 글쎄…. 그럴까? 난 모르겠는데….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제훈 씨 말대로 열심히 살았지, 가족을 위해서…. 하지만 목적을 잊고 열심히만 살지는 않았을까?" 목적을 잊은 채 열심히만 살지 않았겠느냐는 점장의 말에 라이더가 더는 반론하지 않았다.
로또 발표 2시간 전이었기 때문에 당일 발표될 최고 금액 당첨금 말고도 다음 회차까지 모두 2회에 걸쳐 당첨금을 받게 된 동일은 그야말로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었다.
일을 마친 그가 처음의 세상으로 돌아왔을 때 입고 있던 옷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성일은 바뀌어있을 본인의 삶이 궁금했지만, 그보다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과 허기를 달래줄 밥 한 끼가 간절했다.
근처 국밥집을 찾은 그가 국밥과 함께 소주도 한 병 시켰다.
동일은 실없이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히죽거렸다.
그의 히죽거림 때문이지 국밥집 여사장도 덩달아 밝게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미친년 속옷이라도 보셨나~ 뭐가 그리 좋아요?" , "봤지요! 더 좋은 걸 봤지요 하하하!" 여사장을 향해 농익은 농담을 건넬 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며, 연신 히죽거렸다.
평소 무채색의 그를 생각해 보면지금의 밝은 모습은 마치 초봄의 벚꽃처럼 아름다웠고 그것을 알아차린 여사장의 농담을 여유롭게 받아칠 만큼 여유로운 모습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기분 좋게 술 한잔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갈 때 거리의 가로등이 마치 새로운 시작과 그가 걸어갈 새로운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밝고 곧게 빛나고 있었다.
고개 숙인 가로등 사이를 걸으며 행복한 미소로 자신을 맞이할 식구들을 생각하니 더없이 행복했다. 하지만 그런 행복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동일이 반쯤 열린 대문을 박차고 들어가 현관문의 손잡이를 잡아당기는 순간 안쪽에서 낯선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요?" 감히 내 집에서 나에게 누구냐는 질문을 할 남자는 고향에 계시는 아버님과 장인어른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순간 당황한 동일이 잠시 머뭇거리다 한걸음 뒤로 물러서 자신이 걸어 들어온 대문을 바라보다 확신에 찬 얼굴로 이번엔 주먹으로 '쾅' 하며 문을 내리쳤다.
"누구세요?" 동일의 행동에 조금 전 그 목소리의 사내가 문을 열며 물었다.
"누구예요?" 동일과 눈이 마주친 사내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는 당신은 누군데 남의 집에 있는 겁니까?" 동일이 잔뜩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
"남의 집? 이게 무슨 소리야? 이 양반이 술을 자셨나…!" 사내가험상궂은 얼굴로 동일의 어깨를 밀치며 말했다.
순간 동일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안쪽에서 밖을 바라보던 일화를 보곤 그녀를 향해 "시은 엄마~" 하며 소리쳤다. 그러나 그녀는 두려움에 떨고 있을 뿐 동일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시은아~, 시은아~" 이번엔 어딘가 있을 딸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사내에게 끌려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