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가라앉고자 하는 마음을 위하여
어느 날은
흐르는 것조차
부담이 된다.
움직임의 의지가 아니라
정지의 의지가
조용히 찾아와 앉는다.
빗방울 소리마저
마음 한켠을 울려
견딜 수 없어질 때가 있다.
햇빛은 너무 가볍고,
바람은 너무 무심하다.
그래서
문을 열지 않는다.
빛이 들어오면
나의 어두움이 너무 선명해질까 봐.
어디가 아픈지 말하지 못하는 날들이
쌓이고 쌓여
언젠가부턴, 그냥
모든 게 괜찮은 척하는 것이
덜 고통스러워졌다.
살고 싶은 마음보다
쉬고 싶은 마음이
더 가까울 때가 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먼 파도처럼 들리고
나 자신조차
자꾸만 멀어진다.
차라리
가만히 가라앉고 싶다.
누구도 흔들지 않는 깊은 곳으로
천천히
말을 아끼고
생각을 덜어내고
감정을 묶어둔 채
어딘가로 가라앉는다.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그저 조용한 후퇴였다.
숨을 쉬지 않기 위해가 아니라
숨을 몰아쉬지 않기 위해
잠시 머무는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