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을 사는 기분

숨 쉴 때마다 설렘이 방울방울

by 절대신비

셔츠와 살갗 사이로 지나는 산들바람

깊고 넓은 계곡에서 홀딱 벗고 수영하는 기분

너와 맨살 닿는 아스라한 느낌


폭설에 파묻힌 설악의 풍경

얼음장 밑에서 들리는 계곡물소리


두릅나물 똑 따는 상쾌한 음절

블루베리와 산딸기 익는 소리

오이소박이 담아 냉장고에 넣을 때의 기쁨

황국균 뽀글거리는 모양


보름달 가득 쏟아지는 텅 빈 거실

밤하늘에 알알이 박힌 빛나는 깨달음

영화 화양연화 한 장면 같은 새벽 램수면

눈 뜨면 득달같이 달려오는 영감


바다 앞에서 마시는 쏘주와

단단한 식감 생선회

아껴 먹으려고 서랍장에 숨겨 둔 쵸코쿠키

달큼한 너의 살냄새


뫼르소가 교수형 당하기 전날 밤에 이루었던

세계와의 합일,

이 행성 떠날 때 내 눈앞에 펼쳐질 파노라마,

내 생의 명장면,


바로 매 순간 내가 숨 쉬는 공기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나를 사랑하여

결국엔 황홀하게 나를 죽인다.


세계는 나를 파괴하러 온

사랑스러운 집사, 나만의 요리사


아, 이젠 틀렸다.

돌아가긴 글렀다.

철없던 전생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희망이 있어서가 아니다.

생은 희망에 '의하여' 이미 굴러가고 있는 것.


합일이란

이루어야 할 것이 아니라

이미 그것에 '의해' 우리가 탄생한 것!


그러므로 오늘도 살아야겠구나,

살자, 살자, 다시 살아보자.

이 순간을 다시 시작해 보자.




(또 살아야 하다니..

아 잣돼따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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