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가구의 장단점, 종류, 가격, 시공방법, 설계방법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싶다면 맞춤 제작가구를 추천한다. 반셀프 인테리어에서 제작가구를 만들지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장단점과 종류별 가격 정보, 그리고 제작가구를 만들기로 결심했을 때 알면 좋은 시공방법과 설계방법을 정리했다.
사용자가 원하는 치수와 자재로 맞춤 제작한 가구이다. 주문제작 가구, 맞춤 제작가구, 맞춤 가구, 커스텀 가구라고도 부른다. 업계 용어는 제작가구라 한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붙박이장'은 범위가 더 좁은 용어다. 제작가구 중 벽에 박아서 고정하는 가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제작가구는 고정여부와 상관없이, 공장에서 맞춤 제작해서 현장에서 마감하는 방식으로 시공한다.
1) 공간 활용
한국의 주택 천장 평균 높이는 2.3~2.4m인데, 기성가구의 최대 높이는 2m 남짓이다. 제작가구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꽉 채운 가구를 만들 수 있어 공간 활용에 유리하다. 평단가 2천 넘는 집이라면, 제작가구로 1㎡의 수납공간을 더 만들면 600만 원 넘는 효용을 창출할 수 있다.
2) 맞춤 수납
가구 구조를 동선과 보유한 물건에 맞춰 설계할 수 있다. 동선상 편한 방식으로 문을 여닫을 수 있고, 벽을 꽉 채워 수집품을 진열할 수 있다.
3) 깔끔한 마감
제작가구는 바닥선과 천장선을 외곽선으로 쓸 수 있다. 덕분에 시각적 소음이 적어 공간이 깔끔하고 단정해 보인다. 기성가구를 어울리게 배치하는 게 어려운 사람에게 특히 추천한다.
4) 고정력
벽체가 콘크리트나 보강합판처럼 튼튼하다면, 가구를 벽에 걸어도 많은 무게를 버틸 수 있다. 무거운 냄비와 그릇을 잔뜩 넣어도 버티는 싱크대 상부장을 떠올려 보자.
1) 이동 난이도
한샘 붙박이장 3통 이전설치비: 268,000원 (2024년 6월)
붙박이 제작가구는 옮기기 어렵다. 분해하고 재조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용도 많이 들고, 분해와 이동과정에서 손상될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새 옷장보다 이전설치가 저렴할 수 있고, 올수리 프리미엄을 붙여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집을 매도할 가능성도 있다. 자신의 기대와 상황에 맞게 설치하자.
2) 규격 고정
붙박이 제작가구를 특정 제품 크기에 맞춰 설계하면, 이보다 큰 제품을 수납할 수 없다. 거거익선 가전제품을 선호한다면, 크기가 커질 것을 고려하고 붙박이장을 짜거나, 기성가구로 유연하게 수납하자. TV는 반매립하면 크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
3) 공간감
바닥부터 천장까지 꽉 채운 제작가구는 벽처럼 보인다. 따라서 공간이 그만큼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위 이미지는 같은 공간에 천장까지 꽉 채운 장과, 그렇지 않은 장을 설치했을 때의 차이를 보여준다. 공간감을 원한다면 붙박이보단 기성가구가 나을 수 있다. 대신, 가구와 천장 사이를 빈 공간으로 유지하거나 간결한 장식품만 올려야 공간감이 유지된다.
공간감을 위해 기성가구를 샀는데 나중에 수납공간이 필요해졌다면? 그때 가서 기성가구에 각재를 대고 문을 달아 붙박이장처럼 마감할 수 있다.
4) 디자인
제작가구는 공장에서 파티클보드(PB) 판재로 몸통을 만들어 MDF 문을 달아 만든다. 따라서 이 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는 디자인만 선택할 수 있다. 원목, 금속 등 다른 자재로 가구를 만들고 싶다면, 수작업 가구공방에 의뢰해야 한다. 비용은 많이 높아지지만 더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할 수 있다.
제작가구는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어 종류를 한정하기 어렵다. 아파트 평면도에 적용할 만한 제작가구와 가격대를 정리했으니 참고하자. 맞춤가구 가격은 자재, 하드웨어, 업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1) 싱크대 상하부장
30평대 보급형: 300~400만 원
30평대 고급형: 1000 ~ 4000만 원
글쓴이의 3m 싱크대: 528만 원 (상판 제외, 수전 및 싱크볼 포함)
글쓴이의 1.4m 하부장: 50 원 (상판 제외)
글쓴이의 0.9m 슬라이딩 하부장: 45만 원 (상판 제외)
싱크대 상하부장 가격과 제작방식은 내용이 많아서 따로 글을 정리했다. 글쓴이는 아래와 같이 주문 제작한 상하부장을 주방과 다용도실에 시공했다.
2) 붙박이 수납장
옷장: 80.2만 원 (W1120*D620*H2280)
신발장: 92.1만 원 (W1330*D550*H2300)
바닥에서 천장까지 꽉 채워 고정한 수납장이다. 옷장, 신발장, 부엌장 등 다양한 곳에 쓰인다. 가구업체 견적은 자(30cm) 당 N원으로 알려주는데, 내 경우 자당 20만 원 정도로 제작했다.
3) 월플렉스(Wallplex)
거실 월플렉스: 250 ~ 300만 원
월플렉스는 벽 전체를 수납공간으로 쓰는 것을 의미한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 집 구조와 수납대상에 다라 다양한 디자인으로 제작할 수 있다.
4) 벽걸이장
벽걸이 책장: 60.9만 원 (W2640*D300*H2300)
바닥에서 띄워 벽에만 거는 장이다. 바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 유용하다. 좁은 집에선 천장에 낮은 벽걸이장을 시공해서 수납공간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안전하게 고정하려면 벽체가 단단해야 한다. 따라서 단열이나 평활 잡을 목적으로 벽을 새로 시공한다면, 목공팀에 벽걸이장 설치할 곳을 알려주고 보강해 달라고 요청하는 게 좋다.
5) 평상 / 의자
원목 75만 원 ~ 300만 원 (W200*D500*H400)
제작가구로 공간에 맞는 평상 혹은 의자를 만들 수 있다. 뚜껑을 여닫을 수 있게 하거나 서랍을 넣어 수납가구를 겸하기도 한다.
해외에선 창이 돌출된 구조에 만든 휴식공간을 윈도우시트(window seat)라 부른다. 우리나라 아파트 구조상 붙박이 의자를 설치하기 좋은 위치가 창가여서, 인테리어 용어엔 평상과 윈도우시트가 혼용되어 쓰이는 것 같다. 레퍼런스 찾을 때 참고하자.
6) 책상 + 침대
아이방 책상+침대 세트: 150만 원
책상과 침대를 공간에 맞춰 한 세트로 제작할 수 있다. 용도상 아이방에 많이 시공한다. 물론 책상과 침대를 각각 맞춤제작 하는 것도 가능하다.
7) 수납장
상부 여닫이 수납장: 40.9만 원 (W1750*D350*H550)
수납장을 원하는 크기로 제작할 수 있다. 사람이 지나다닐 수 없는 애매한 공간이 있다면, 가구로 살려보자.
8) 선반 / 문짝
베란다 창고 선반: 14.2만 원 (W650*D800*H80, 선반 3개)
분전함 주변 선반&문짝: 16.5만 원 (W410*H2290)
공간에 선반과 문짝만 달 수도 있다. 팬트리, 창고, 분전함 가리개 등 필요에 맞게 제작하자.
반셀프 인테리어 결과를 디자인 업체의 손이 닿은 것처럼 만들고 싶다면? 제작가구에 힘을 쏟자.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의 평단가가 비싼 이유는 제작가구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무아공간'의 포트폴리오를 좋아하는데, 여기 30평 견적이 2억 정도 라 한다. 평당 600만 원이 넘으니 처음엔 비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테리어를 끝내고 보니 그 정도로 디자인과 디테일에 정성을 들이면 받을만한 금액인 것 같다.
하지만 인테리어 붐이 일며 반셀프 인테리어가 예전보다 편해졌고, 가구업체들의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졌다. 감사하게도 많은 인테리어 업체에서 시공현장을 구석구석 소개하며 시공하는 법도 공유해 주신다. 이를 활용해서 우리 집을 보기 좋고 활용도 높게 만들어 보자.
1) 제작할 가구 결정
제작가구의 종류와 가격을 참고하여 어떤 가구를 맞춤제작할지 정하자. 붙박이 가구는 생애주기를 고려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아이 키에 맞춘 가구는 아이가 자라면 바꿔야 하기 때문에, 맞춤제작한다면 처음부터 성인 사이즈로 제작하는 게 효율적이다.
2) 공간 밑작업
제작할 가구에 따라 철거, 목공, 타일 등 앞공정에서 밑작업을 챙겨야 할 수 있다.
내 경우 기존 가구를 뜯고, 벽걸이 가구를 시공할 벽은 보강했다. 현관은 최대한 공간을 넓게 확보했다. 외투와 보냉백을 보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존 신발장 깊이는 35cm였는데, 철거하니 55cm의 공간이 나왔다. 반셀프 컨설팅 소장님께 의도한 대로 가구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하고, 목공팀에 벽 마감을 최대한 줄여달라고 부탁했다. 타일 시공 전에 가구 실측 미팅을 해서, 현관 타일을 어디까지 깔아야 의도대로 장을 짤 수 있을지 조율했다.
3) 셀프 실측
제작가구를 설치할 공간의 가로, 세로, 높이를 잰다. 견적용이라 정확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때 걸레받이, 콘센트, 방문, 창문 방향을 고려해서 가구 위치를 정해야 한다. 가구가 콘센트를 가려야 한다면, 가구에 콘센트를 매립해서 전기를 쓸 수 있게 만들면 요긴하다.
가구 폭이 얼마나 필요한 지 감이 오지 않을 땐, 지금 가진 것을 보며 상상하자. 바닥의 가구를 천장에 붙인다면? 여기저기 흩어진 물건을 한 곳에 모은다면? 공간이 얼마나 필요할까?
4) 레퍼런스 수집
가구업체에 공유할 레퍼런스 이미지를 찾는다. 전체적인 형태를 찾는 게 우선이고, 특정 부분에 포인트 디자인을 넣고 싶다면 따로 표시한다. 원하는 이미지를 찾기 힘들다면, 공간 사진을 인쇄하거나 터치펜을 활용하여 스케치한다.
5) 자재등급 선택
자재에서 방출되는 포름알데히드 양에 따라 자재등급이 구분된다. 국내에서 가정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등급은 E1, E0, SE0이다.
E1 등급은 법적 최소기준이라 이를 '친환경'으로 홍보하면 허위 광고로 적발된다. E1의 포름알데히드 배출량에서 5년 생활하면 1만 명 중 14명에 암이 발병하기 때문이다. 유럽, 미국, 일본에선 E1 자재로 만든 가구를 가정용으로 판매할 수 없다.
내 경우 모든 자재를 E0로 요청했는데, 가구업체에서 E0합판은 강도가 약해서 오래 쓰면 경첩이 떨어질 수 있다 하셔서 몸통은 E1으로 제작했다. 합판에 필름 등 마감재를 붙일 때 본드가 들어가서 E0 쓰는 게 무색하다는 썰을 봐서 내구도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시공 후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창문 모두 닫으면 휘발성유기화합물 (VOCs)이 금방 5,000을 넘긴다.
3m 싱크대 몸통 기준 E1과 E0 시공비 차이는 약 15만 원이었다. 가구 자재를 E0으로 시공했으면 VOCs가 지금보다 줄었을까? E0으로 시공한 평행세계가 궁금하다.
6) 마감방식 선택
가구는 마감방식에 따라 비주얼과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 장단점을 확인하고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고르자.
#PET
페트병의 그 PET다. 합판에 색을 넣은 PET를 붙여 마감한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들 때 무광 PET를 많이 쓴다.
+장점: 유광, 무광, 색 표현이 다양하다. 충격과 스크래치에 강하다. 친환경이다.
-단점: 비싸다. 모양이나 프레임이 없는 가구만 마감할 수 있다.
#LPM, HPM
각각 Low Pressure Melamine, High Pressure Melamine의 약자로, 멜라민을 파티클보드(PB)나 합판에 붙여 마감한다.
+장점: 유광, 무광, 색 표현이 다양하다. 결을 표현할 수 있다. 변색에 강하고 저렴하다. 친환경이다.
-단점: 마모에 약해서 절단할 때 표면이 깨지기 쉽다. 보호 필름지가 쉽게 떨어질 수 있다.
#UV하이그로시
합판에 광택을 내는 코팅지를 입혀서 마감한다. 아파트 주방 인테리어에 많이 사용된다.
+장점: 표면이 코팅되어 스크래치, 물기, 얼룩에 강하다. 유지보수가 편하고 저렴하다.
-단점: 변색된다.
#멤브레인
합판에 본드로 필름을 붙여 열과 압력으로 눌러 마감한다. 형태에 덜 구애받는 방식이라 몰딩이 있는 가구에 많이 사용된다.
+장점: 다양한 형태의 가구를 마감할 수 있다. 이음새나 틈새 없이 마감되어 방수가 잘 된다.
-단점: 햇빛이나 열을 받으면 필름이 들뜰 수 있다.
#우레탄 도장
합판에 폴리우레탄 수지 도료를 스프레이로 뿌려 마감한다. 도장과 건조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색을 입힌다.
+장점: 내구도가 좋다. 시간이 흘러도 색이 매끈하고 고급스럽게 유지된다. 습기와 열에 매우 강하다.
-단점: 시공단계가 복잡하고 어려워 가장 비싸다. 도료의 냄새가 날 수 있다.
7) 견적용 정보 정리
가구별 용도, 가로, 세로, 높이, 자재, 마감방식, 레퍼런스 이미지를 정리한다. 카톡, 문자로 바로 볼 수 있는 PDF 파일 1개로 저장하면 전송할 때 편하다.
8) 견적 문의
포트폴리오를 확인할 수 있는 맞춤 가구 제작업체에 견적을 문의한다. 최소 3개 업체에서 견적을 받는 게 좋다. 비용이 2배 차이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9) 실측 미팅
가장 마음에 드는 업체에 실측을 부탁한다. 비용이 합리적으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가구공장을 함께 운영하는 업체를 추천한다. 가구공장을 갖춘 업체는 디자인팀과 설계팀이 가구 제작 과정을 검토하고, 피드백 부담이 적어서 가구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실측 미팅할 때 업체에서 측정한 값을 나도 함께 메모하는 게 좋다. 내 측정값과 차이가 크다면, 업체에서 시공 범위를 잘못 이해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체 측정값은 내부 설계에도 활용하자.
10) 계약
실측이 끝나면 가구업체에서 최종 견적을 보내줄 것이다. 가구 크기, 자재, 하드웨어 등이 협의한 대로 나와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계약한다. 계약금을 너무 많이 요구하는 업체도 조심하는 게 좋다. 내 경우 계약금 50%, 잔금 50%로 계약했다.
11) 내부 설계
이 단계는 가구업체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이지 않은 크기의 물건을 수납하고 싶다면 업체에 해당 물건의 크기를 알려주자. 내부 설계까지 직접 할 생각이라면, 아래 내용을 이어서 읽어보자.
MBTI가 'J'인 분이라면, 가구 내부를 한 땀 한 땀 직접 설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시간은 많이 들어가지만, 계획하는 것도 재미있고 실사용했을 때의 만족도 높을 것이다.
1) 큰 물품 확인
각 공간에 수납해야 하는 큰 물품을 확인하자. 시간이 없을 땐 특수 크기 수납공간부터 확보하고, 나머지는 2~40cm의 일반적인 높이로 만들어도 무리 없이 수납할 수 있을 것이다.
2) 동선에 따른 물품 확인
시간 여유가 된다면, 동선상 각 공간에 수납하면 좋은 것들을 정리하자. 쓸 때마다 동선이 길어서 불편했던 것은 생각날 때마다 메모해 두면 좋다. 지금 집에서 동선이 짧아서 만족하는 것은 그대로 살린다.
3) 가구 내부 설계
주요 물품의 크기에 맞춰 가구 내부 구획을 설계한다. 부피가 큰 것부터 보관 위치를 정하면 수월하다. 디자인 특이사항이 있으면 메모를 남긴다.
칸마다 크기를 정확하게 적을 필요는 없다. 대략적인 형태와 꼭 보관하고 싶은 물건의 크기를 메모하면, 가구업체에서 자재 두께를 반영한 도면으로 바꿔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