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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토리 human story2
04화
단풍나무 기지지기
by
진솔
May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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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의 단풍나무가 있습니다.
올 봄 더위가 일찌감치 찾아 온 탓에 가지와 잎이 정신없이 뻗었습니다.
빽빽하게 뻗은 가지와 잎의 무게 때문에 나무는 조금 버거워합니다.
내 몸통에 달린 그것들을 그러려니 합니다.
날이 갈수록 바람과 태양은 여기저기 뻗고 자라는 가지와 잎에만 초점을 마추듯 비춥니다.
태양과 바람과 나무의 양분까지 흡수하며 무수히 자라버린 단풍나무.
언뜻보면 그럴싸한 자태를 풍깁니다.
색은 또 얼마나 화려합니까?
그런데 정작
저 많은 가지와 잎을 키우느라 자신의 몸통은
굵어질 날이 없습니다.
이쯤되면 물리적인 힘을 가해 가지치기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가지와 잎의 무게에 짓눌린 시간을 거두어 내야 할 때입니다.
여기저기 붙어 있는 관계의 군더더기들을 적당히 잘라내어야 비로소 가지 사이에 바람과 햇볕이 드나드는 원활한 소통이 날아듭니다.
살면서 무엇이든 시간이 지나면 덩어리에 덩어리가 달라붙어서 나중엔 어디에서 붙은 덩어리인지도 모른체 매달고 다닙니다.
알수없는 힘겨움에 지치고 맙니다.
그 무거운 보따리 이고 지고 둘러메고 힘들다며 하소연을 합니다.
그렇게 무거우면 벗어 던져 버리면 그만일 것을 말입니다.
관계는 쓰임새가 아닙니다.
이어져야 할 분명한 명분입니다.
그러니 이 또한 중요한것이지 필요한것은 아닙니다.
중요와 필요성을 대하는 관계의 자세같은
것 말입니다.
흔히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라고 말하지 사랑하는 관계라는 말을 쓰지 않는것처럼 말입니다.
요즘 그 무거운 보따리는 어쩜 스마트라고 불리는 휴대폰이 아닐까 합니다.
휴대폰 속의 불분명한 관계에 망태기 처럼 말입니다.
어떤 이가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몇 천명의 전화 번호를 공개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놀라운 환호를 던져냅니다.
사실 그 환호성 속의 속내를 모르는 이는 없을것입니다.
얼기 설기 뻗쳐 수형되지 않은 나무가지라는 것쯤은 다 알지만 그들의 관계가지들도 마찬가지 차마 어디를 가지치기를 시작해야 하는지를 모르거나 귀찮아 무관심 한채로 방치해둔 무게에 불가할지 모릅니다.
연결에 연결이 되어버린 불분명함을 "Y" 형태의 굵고 스마트한 가지치기 수형을 만들때입니다.
그래야 11월 서리끝에 붉게 물든 단풍나무를 볼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관계망의 폭은 줄이고 깊이 또한 깊어져서는 안된다 생각합니다.
상심에 베이면 건강까지도 헤치는 고통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관계는 " 자주" 안부를 시도때도 없이 묻는 사이라면 좋겠습니다.
자주라는 말은 깊이의 무게는 느낄수 없지만 항상
손 닿는 마음 닿는 곳에 있어야 가능 한 일일테니 말입니다.
자주 물어봐 주면 안부가 되고 가끔 물어봐 주면 인사가 되고 죽은줄 알았던 이의 안부는
백프로 부탁이나 청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주 물어오는 안부사이에는 부탁도 청탁도 염려와 소식이 된답니다.
그러니 저 멀리까지 뻗쳐 있는 많은 가지들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
자주 안부를 물어주는 "Y" 자 형태의 굵은 가지 몇개로도 삶은 충분하다고 생각이 들어 써보았습니다.
참고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안부는 수시로 물어봐주는
"뭐해?"
랍니다.
비 끝에 고인물이 맑은 아침입니다
편히들 쉬시지요~~^^
keyword
단풍나무
가지
안부
Brunch Book
휴먼스토리 human story2
02
퇴사와 이혼에 대하여 고민해보았습니다.
03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04
단풍나무 기지지기
05
마중
06
"같이" 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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