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by 진솔

여름 해가 붉은 낮 빛 뒤로 하며 사그러 들때면 뒷짐지고 골목길 내려와 종종 걸음 시간삼아 눈 멀어가는 해만 바라본다.


"가요"

서로 별 반가움 내색 없는 전화 한통.

멀리서 들리는 기척 소리에 딱 다물어져 있는 아버지 입술처럼 먼발치에서 종종거리시던 발걸음도 다물어진다.

"왔냐?"

금세 벌겋던 해가 노래지다 결국 퍼래져서야 당도한 고향길.

서로의 어색함에 골목길은 더욱 좁아져간다.

뒷짐을 지고 오르신다.

쪼그라든 등뒤에 남은 그림자가 한없이 애석해 보인다.

서로를 보듬지 못한 세월에 말을 그림자 뒤에 걸어 두신 모양이다.

굳게 닫힌 철대문의 삐걱소리가 아버지의 반가움을 대신한다.

삐걱거리는 옛날 알루미늄 현관도 반가움을 표한다.

언제부터 차려져 있었을지 모르는 밥 상이 뻘쭘해 한다.

뚝배기를 상위에 내려 놓으시는 굽은 무릎에서도 반가움이 삐걱댄다.

몇번을 불구덩이 위에서 쫄았는지 뚝배기의 된장은 까맣게 속이 탔다.


"안다"

"가요" 한통의 전화가 저지른 그리움의 마중들이란걸.

말없는 마중과 쫄아든 된장 뚝배기를 이제 서로 마주 할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안다."

"가요" 라는 전화 한통에 해가 닳고 질때까지 서성이실것을.

말없는 그리움이 지는 날 까지 그렇게 골목길 내려 날 마중나오실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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