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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롱불 Oct 16. 2023

6개월간의 수습기간 종료, 정규임용되다.

드디어 정규임용, 시보떡이 뭔가요?

6개월간의 시보기간(수습기간)이 끝나고 정규임용이 되었다.



  사실 시보를 달고 있는 기간이라고 해도 정규임용자와 크게 다를 게 없다. 맡은 바 업무나 보수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직급명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 국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도 알 수 없던 행정서기보(시보) 직급에서 시보만 사라졌을 뿐이다. 그래도 뭐 기분은 좋다. 승진 아닌 승진이라고도 볼 수 있는 거니까.



  공무원의 시보임용이 해제된다는 부분에 있어서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 있다. 이른바 시보떡이라고 하는 시보해제 기념 문화인데, 시보가 풀리는 당사자는 그동안 업무를 알려준 국 내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떡을 돌리는 것이다. 왜 그런 문화가 생겨났는지 알 길은 없으나 9급 초임공무원의 호봉으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을 반 강제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악습이라 여겨져 여러 해에 걸쳐 없애고 있는 추세다. 우체국의 경우 총괄국이 아닌 관내국의 경우 지역마다 다르지만 4~5인의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곳이 많다 보니 크게 영향은 없지만 총괄국인 경우 여러 과가 존재하므로 어느 정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지방직, 순경, 소방 동기들의 증언에 따르면 아직 시보떡 문화가 존재하는 곳들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문화는 그 적정선만 지켜진다면 좋은 취지로 좋게 끝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정적으로 변질되는 건 어떤 문화나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보통 이런 감사카드나 스티커와 함께 떡이나 간식거리를 담아 돌린다



  아무튼, 나는 지난 반년 간 관내국에서 첫 직장을 가지게 되면서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으레 그렇듯 어떤 조직에 몸담기 전에 하는 걱정들이 있지 않은가? 군입대 전에 온갖 악폐습들을 들어보며 '아 들어가면 진짜 힘들겠다. 큰일 났다.' 걱정하듯이 말이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인수인계를 제대로 해 주지 않고 새로운 보직을 맡는다든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사수를 만난다든가 업무를 잘못해서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가하는 악명 높은(?) 소문들이 있다. 물론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이런저런 고통을 받으며 감내하는 시보들이 있겠지만, 들어와서 보니 그런 문제들은 정말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깔끔한 시보문화가 정착되어 있었다. 오히려 MZ스러운 신세대 시보가 들어오지 않을까 역으로 두려워하는 분위기다. MZ스럽다는 말이 생겼다는 게 그 세대에 속한 나로서는 썩 기분 좋은 건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신입들을 디테일하게 챙겨주려 하는 문화 또한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세상은 역시 기브 앤 테이크인가 보다.



  앞으로 우정사업본부 공무원으로서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여타 국가직, 지방직 행정직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정사업본부 행정직들은 직무 방향성을 어느 정도 본인이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자율성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는 관료제적 사회에서 희망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 볼 수 있으니까. 물론 100%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의 업무는 크게 우편/금융/지원 세 분야로 나뉘어 있고, 자신이 업무를 특화해서 발전시킬 수 있다. 국제우편을 전담하여 해외 파견을 나갈 수 있고 금융상품을 설계하거나 펀드판매를 담당할 수 있으며 혹은 인재개발원의 교수인력으로도 갈 수 있다. 물론 그냥 흘러가는 대로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도 가능하다. 맡은 바 직무에 해당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여러 기회가 온다. 기회를 잡기 위한 상태를 만들어 두는 것이 노력이 아닐까 싶다. 생각을 비우고 출근해서 시간을 소모하는 것이 아닌 여러 기회들을 잡아가는 것은 참 재미있는 것 같다. 안 그래도 재미없는 공무원인데 재미를 건설적으로 찾을 수 있다니. 우체국 최고.



  힘들었지만 뿌듯했고 한 조직의 진짜 일원이 된 것을 축하하듯 날씨마저 화창한 날이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모든 신입사원들이 행복해지길 바라며 이제는 신입 타이틀을 갓 뗀 한 명의 정규직원의 첫 직장 도전기를 마친다.








  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되어 난생처음으로 긴 호흡의 글을 작성해 보았다. 간혹 짧은 글들을 몇 자 쓰는 것이 전부였던 내게는 쓰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글로 적을 것들이야 항상 많지만 폐쇄된 낙서장 같은 곳이 아닌 열린 공간에서 하니의 주제 아래에서 글을 쓰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래도 여차저차 나만의 작은 책을 완성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무엇인가 이루어낸 것 같은 뿌듯함이 느껴진다.


  서툰 솜씨로 적은 글들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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