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를 죽이다
늦은 오후 배달된 탐스러운 꽃 한 다발
제 몫 다한 무게로 분해가 시작된다
비릿한 줄기에 엉킨 내음
젖은 사족을 훑는다
안개에 싸여있는 여러 종류의 장미
코랄빛 무비스타, 크림색 하젤과 사틴의 꽃밭
장미의 전성시대는
뭍에서 물로 흐르고
장미를 능가하는 매혹의 진한 향취
독 향을 품은 백합 딴 병으로 옮겨진다
잠결에 숨통을 죄는 향
산 채로 구겨진 꽃
아침의 방바닥이 핏빛에 휩싸였다
신나 섞인 색소가 음흉하게 웃는다
백합의 붉은 울음이 바닥에 흥건하다
향기를 몰라보다니 널 능지처참 하다니
밤새 내 우몽을 탓했을 장미꽃이
고개를 푹 조아리며
연신 향을 피운다
삭풍에 눈뜨다
기운 차린 햇귀는 산하를 두루 살펴
눈석임물 뿌리면서 헐벗은 땅 녹여내죠
빙벽을 발로 차면서 꽃대 밀어 올려요
어녹은 길 다독이면 연두잎이 솟아요
꿈나라 북극에서 눈 못 뜨는 풀꽃들
여행은 곧 끝날 거야
꽃밭 환해질 거야
된바람 품어내면 한층 더 여물겠죠
시련은 꼭 지나요 조금만 더 견뎌요
눈부신 선물이에요
황금빛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