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언어
"오빠 나 몸살인가. 머리가 아파."
아내가 아프면 제 탓인 것 같아요.
좋은 음식 먹이지 못해서인가, 걱정이고
짓궂은 장난이 스트레스인가 싶어
미안하지요.
농담이 아니라 20년 살다 보니
아픔의 원인이 남편임을 확신합니다.
아내는 제가 아플 때 초능력자가 돼요.
부지런한 사람이 더 많이 움직여
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합니다.
따스한 한마디, 닿는 손길,
걱정의 눈빛 모두가 저를 치유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아프지 않기를 원하는지
이제는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일까요.
제가 나을 즘 아내의 상태가 나빠집니다.
두통이 끝나는 날 거짓말처럼
아내의 두통이 시작돼요.
떨어진 몸살이 아내를 괴롭히지요.
"또 오빠 따라 하는 거야?"
"이제 당신 앞에서는 아프다는 말도 못 하겠다."
걱정 섞인 농담에
아내는 힘에 부치는 미소로 답을 합니다.
저는 아내를 아프게 했습니다.
남편에 대한 걱정과 헌신이
아내의 면역력을 약하게 했으니까요.
그러나 우리의 아픔이 슬픔은 아닙니다.
아픔이 슬픔까지 데려올 때에는
곁에 위로받을 사람이 없을 때니까요.
아파도 슬프지 않음은 아내의 위로가
몸이 상할 만큼 크고 깊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서로의 아픔까지 가져갈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놀랍습니다.
대신 아파줄 수 없다는 말은 틀린 말입니다.
사랑하는 이의 아픔이 내 아픔이 되니까요.
상대의 고통을 맺게 한 노력 때문에
그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아픔마저도 나누었기에 더 가벼우니까요.
함께 짊어졌기에 무게를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아내의 아픔이 결코 반갑지 않으나
그마저도 사랑스러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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