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 대단한데!"
"오빠는 네비도 없이 길을 왜 이렇게 잘 알아?"
운전할 때 조수석의 아내는
종종 놀이동산을 처음 본 아이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움을 표합니다.
"예전에 몇 번 지나가봤어."
저는 '뭐, 이 정도 가지고'라는 듯
무심하게 답하지만 속으로는
백점 받은 아이처럼 우쭐하지요.
운전을 조금 험하게 하는 사람의 차를 탈 때면
머리를 흔들며 옆구리를 끌어당깁니다.
멀미가 나니 운전대를 잡으라는 신호이지요.
그렇게 저는 아내에게
안락한 주행은 물론, 모르는 길도 척척이고
주차와 후진도 잘하는 사람입니다.
남자가 운전을 잘하는
17가지 이유를 설명하는 글도 봤지만,
사실은 그럴듯하게 꾸민 핑계일 뿐,
저는 단지 오래, 많이 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아내는 운전대를 잡은
남편을 멋져하고 감탄을 표함은
아직 콩깍지가 덜 벗겨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십 년 세월을 버티는
콩깍지에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콩깍지가
많이 얇아졌음을 느낍니다.
콩 털다가 들어간 껍데기에
한동안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듯
사고 같은 마술로 씐 아내의 콩깍지가
벗겨질 듯 위태합니다.
그래서 이제 새로운 콩깍지를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의리로도 살고 미운 정으로도 살겠지만
저는 사랑의 콩깍지 속에 아내를 담고 싶거든요.
불가능함을 압니다.
욕심이라는 것도 인정해요.
그러나 넘어지면 삼 년밖에 못 산다는 삼 년 고개에서
넘어져 낙심하고 삼 년을 앓는 것보다
열 번 스무 번 굴러 삼십 년 육십 년 살 노력을 하는 게
더 현명한 것 아닐까요.
이십 년짜리가 욕심이라면
삼 년, 아니 일 년 가는 콩깍지라도
만들어 보겠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부드러운 손길
배려하는 마음 이렇게만 이어도 삼 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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