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퇴사가 콘텐츠가 되면 안되는 이유

지속가능한 콘텐츠

by 용현중 Dec 10. 2024

퇴사 콘텐츠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이야길 보았다. 오랜만에 유튜브에 '퇴사' 라고 검색해보니 과연 그러했다. 몇년전 검색 결과에 대부분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오늘 퇴사합니다.' 라고 외치고 있던 영상 썸네일들의 표정들이, '은퇴하지 마세요..' 라고 조용히 읊조리는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물론 해당 영상들을 보기 전에도 물가 상승, 환율이슈, 저성장 등의 국가적 경제 상황의 난항이 그 주요한 배경이 되고 있는 것으로 예상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내용을 다루기 보단 이 글은 '퇴사' 라는 내용을 콘텐츠로 만드는 것에 대한 개인적 생각을 정리하는 집중 하고자 하니 참고 부탁드린다.

1. 블루오션과 레드오션
약 5년전쯤 조기은퇴자를 지칭하는 '파이어족'이란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 흐름이 탄생하게 된 서회적 배경에는 크게 두가지의 맥락이 있었다. 맥락의 '정' 이라 부를 만한 '파이어족' 등장의 핵심 키워드는 '투자를 통한 빠른 부의 축적'이다. 달성한 부의축적을 통해 배당금 같은 금융소득으로 근로소득을 대체 하여, 조기은퇴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며 시간적 자유를 획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누구나 노력만으로 달성 가능한 일이 아님은 누구나 알고 있다. 투자는 특히 노력과 관련있는 범주에 포함되는 성격의 일이 아니다.

그 다음의 맥락인 '부'적인 개념은 '1인 미디어'가 등장해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당시 빠르게 유튜브 등을 시작한 사람들이 엄청난 성장을 보이며, 중소기업에 맞먹는 실적과 수익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 시장이 앞으로 더욱 커질거란 믿음을 단단하게 강화시켜주듯, 앱 사용량 역시 유튜브가 영원한 제국의 태양처럼 1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기도 했다.


하루아침에 스타가된 유튜버들처럼(모든 유투버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또는 "1인미디어를 시작해, 근로소득을 대체할 수단이 생긴다면 어떨까?" 하는 심리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게된 것이다. 마치 시직만하면 금방이라도 부와 명예가 손에 잡힐 일처럼.


2. 대변자
덕분에 그 당시 많은 일반인분들이 유튜브를 시작한것이 사회적 흐름이라면 흐름이었다. (상업적 목적의 인스타 포함) 유튜브를 열심히 보던 나도 개성도 어떠한 방향성도 없는 영상들을 많이 보게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그 중 몇개의 채널은 나도 더 챙겨 보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퇴사 관련 영상이었다. 아마 직장인 대부분 나와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퇴사라는것은 직장인들 누구나 한번 이상은 생각해보는 것이기에, 또 자신의 그렇지 못한 상황을 누군가 현실에서 대신해준다는 점에서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주고 있었기에. 퇴사는 주제 만으로 벌써 재밌게 느껴지는 영역이었던 것이다.


요즘말로 치면 직장인들에게 퇴사관련 콘텐츠는 도파민을 씨게 제공해 주는 콘텐츠 였던 것이다.


3. 일회성
그러나 본인의 일상을 노출하는 것이 주요 콘텐츠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라면 염두해야 할것이 있다.
은퇴관련 콘텐츠는 실제 인생에서 여러번 사용할 주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니 어떻게 보면 단 한번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무기 같은 것이다.

퇴사 콘텐츠를 지켜보는 관점은 답답함을 느끼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롭게 자신을 사회에 증명하는 일에 대한 과정을 같이 동감하며 그것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응원하는 지점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퇴사를 반복하는 일은 유명한 ceo급 사람이 아니라면, 반복해서 한들 첫번째 만큼 그 텔링의 효과가 반복하여 강하게 나타날수 없다.


그 과정을 찍는것을 디테일 하게 나눠 여러편으로 제작 하면 되는것 아닌가요? 하는 질문은 하지 않길 바란다. 퇴사로 100편짜리 대하드라마를 찍을 것도 아니고, 10편정도 제작한다 한들 그것이 1회성 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퇴사 콘텐츠는 1인미디어의 지속가능한 콘텐츠 주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4. 캐릭터
퇴사콘텐츠로 일단 인기를 모으고 캐릭터를 바꾸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1인 미디어의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채널주인의 매력과 함께 반응하는 시청자들의 공명에 달려있다. 콘텐츠를 구독자나 팬층에게 지속적으로 시청하게 만드는 유지력의 기준점, 성공하냐 마냐의 바로 이것이다.

(화려한 영상편집이나 테크닉 같은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잔기술들은 결코핵심이 될 수 없다.)

 '퇴사' 같은 특별한 상황을 보여주는 크리에이터에게 구독자가 모인 이유는, '퇴사'라는 특별한 상황 위에 서 있는 캐릭터를 보기 위함이다. 그 캐릭터가 은퇴후 다른 삶을 콘텐츠로 보여주기 시작한다면, 구독자는 애초에 자신이 보길 원해 구독했던 캐릭터를 잃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구독자가 그 크리에이터를 지속적으로 보아야할 이유가 소멸해 버리게 되는 것이라는 말이다.

'찍는 사람은 그대로 인데요? 괜찮지 않나요?' 는 의문을 제작자가 스스로 가진다면 그것이 굉장한 위기요소가 될거라 생각한다.

관객은 다양한 이유로 콘텐츠를 더이상 선택하지 않는다. '캐릭터의 세계관이 변경되어 매력도가 어짐'은 그중 가장 유효한 이유가 될 수 있다.

물론 다른 콘텐츠가 이미 충분히 좋은 무기인 사람이 중간 서브미션같은 개념으로 퇴사를 건드린다는 것은 충분히 좋을수 있다. 다만 퇴사로 1인미디어를 시작하는 일은 너무 무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 18화 소셜가 입니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