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부르짖는 빈민과 도와줄 자 없는 고아를 내가 건졌음이라
( 욥기 29장 12절)
삶의 기쁨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여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큰 기쁨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은 큰 기쁨이다.
부지런히 돈을 모아 원하는 지역에 좋은 집을 사는 것도 큰 기쁨이다.
몸이 건강하여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아픈 곳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삶의 기쁨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참으로 큰 기쁨이다.
그 사람과 일생을 같이 배우자로 사는 것은 더 큰 기쁨이다.
자녀를 키우는 것은 힘들지만 큰 기쁨이다.
그 자녀가 잘 성장하여 부모에게 힘이 되고, 자녀손이 이어지는 것도 큰 기쁨이다.
시편에도 "보라 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라고 노래했다.
사람이 살아가노라면 여러 종류의 삶의 기쁨이 있다. 그런데 또 다른 기쁨이 있다.
남을 잘 살게 하는 삶의 기쁨이다.
욥은 빈민과 고아를 잘 살게 하는 일을 많이 하였다. 욥은 부르짖는 빈민과 도와줄 자 없는 고아를 자신의 손으로 건져냈다고 말한다. 그것이 그의 큰 기쁨이었을 것이다.
돌아보면 나에게도 기쁜 일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비행청소년 상담실에서 자원봉사를 한 일과 아프리카 차드에 우물을 팠던 일이다.
상담실에서 만난 아이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불우한 환경의 아이들이 많았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그 아이들은 넘어진 아이들이었다. 다시 일어나야 하는데 혼자서 일어나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그때 손을 내밀어, 손을 잡아만 주어도, 아이들은 용기를 내어 일어났다. 시간이 지난 후 그 아이들이 그 힘든 고비를 잘 견뎌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상담실에 나타나, 나중에 자기들도 상담실에서 자원봉사 하겠다고 말할 때 참 기뻤다.
아프리카에서 물이 없어 고생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을 때 한 교수를 만났다. 아프리카에는 물뿐 아니라 연료가 부족했는데 그곳의 풍부한 사탕수수를 가지고 연료를 개발하는 분이었다. 인연이 되어 차드의 가난한 오지 마을 두 곳에 우물을 팠다. 우물을 판 지 10년쯤 되었는데 편지를 받았다. 그 동네를 우연히 지나던 NGO 관계자에게서 온 것인데 아직도 우물에서 맑은 물이 펑펑 나오고 주민들이 기쁘게 물을 떠가는 모습을 보았다는 내용이었다. 정말 기뻤다.
삶의 기쁨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보람 있는 것은 남을 잘 살게 하는 삶의 기쁨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나희덕의 시를 외워본다.
길을 잃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 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 주는지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나희덕 <산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