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재연 Oct 13. 2023

유산

한국전쟁 때 학도병으로 끌려갔던 어른이 죽어 화장했다 

총알 열여덟 개가 나왔다

따뜻한 피와 살 속에서 녹슬지 않은 총알얌전해진 총알있지만 없는 듯 숨어 있는 총알

총알 박은 몸으로 막일을 하고 사랑을 하고 처자식을 건사하고 

집안의 애경사에 빠짐없이 참석해서 거칠고 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시던 

고등학생 신분의 학도병

십팔 십팔 욕도 못하고 일기예보의 팬터마임을 온 몸으로 연기하시던 늙은 용사 

육백만 불의 사나이처럼 솨르릉 솨르릉 쇳소리를 견디며 

세월의 강을 건너오신 분

말 수 적고 기골이 장대하고 빙긋이 웃던 표정은 가져가시고 총알만 남기셨다



이전 02화 저기, 핀란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