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학도병으로 끌려갔던 어른이 죽어 화장했다
총알 열여덟 개가 나왔다
따뜻한 피와 살 속에서 녹슬지 않은 총알, 얌전해진 총알, 있지만 없는 듯 숨어 있는 총알
총알 박은 몸으로 막일을 하고 사랑을 하고 처자식을 건사하고
집안의 애경사에 빠짐없이 참석해서 거칠고 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시던
고등학생 신분의 학도병
십팔 십팔 욕도 못하고 일기예보의 팬터마임을 온 몸으로 연기하시던 늙은 용사
육백만 불의 사나이처럼 솨르릉 솨르릉 쇳소리를 견디며
세월의 강을 건너오신 분
말 수 적고 기골이 장대하고 빙긋이 웃던 표정은 가져가시고 총알만 남기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