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크는 아버지 13화

by 순례자

홍콩은 1841년부터 1997년까지 150년 이상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홍콩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함께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영국 지배 기간 동안 홍콩은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했고, 영어와 광둥어가 공용어로 사용되었다. 또한, 교육 시스템은 영국식 모델을 따르면서도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1997년 7월 1일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교육 현장에서 영어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중국어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언어 정책 변화와 중국어 사용 확대 노력으로 인해 교육 과정에서 중국어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홍콩 사회 전반의 언어 환경 변화와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으로, 영어와 광둥어 외에 중국어의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 정책에 따라 광둥어와 함께 표준 중국어(보통화) 교육이 강화되었다.


이 같은 홍콩이라는 지역적 특성은 영국의 오랜 지배, 그 이후에 중국에 반환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이곳에 사는 한국인들은 자녀 교육 방법과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홍콩 교민은 다른 나라의 이민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닌다. 대부분이 홍콩 현지에 주재원으로 파견됐다가 돌아가지 않고 퇴직해서 사업을 시작하거나 전문직업-변호사, 회개사 등-을 가지고 홍콩에 뿌리를 내렸다. 그래서 홍콩 교민은 대부분 매우 잘 산다. 한국의 직장과 터전을 포기하고 홍콩을 선택한 이유는 대부분 자녀 교육의 기회이다. 홍콩은 자녀 교육을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매우 많고 교육 수준도 높다. 대부분의 학교가 영국식 혹은 미국식 교육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졸업 후에 진로도 미국, 영국 등 어디든 선택해서 갈 수 있고 명문대 진학률도 아주 높다.


따라서 이렇게 치열한 교육의 현장에서 나는 한국국제학교 교사로서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한국 대학에 대한 긍정적인 정보를 주고 길잡이 역할을 해야 했다. 2주에 한 번씩 지역 한인 신문에 한국 대학 입시에 대한 칼럼을 게재하고 분기별로 한 번씩 현지 한인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국대학 입학 공개 상담을 진행했다.


다음 글은 한국대학 특례 입시가 끝난 어느 해, 한국국제학교 입시 결과에 대한 보고와 함께 한국대학 입시에 대한 분석을 지역 한인 신문에 게재한 기사다.


2013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수험생은 수시모집에서 6회까지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횟수 제한 없이 여러 대학에 원서를 얼마든지 낼 수 있었다. 제한없이 원서를 낼 수 있었던 막바지 시절의 특례입시 칼럼이다. 지금과는 또 달라졌지만 해외학교 특례입시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실어본다. 지금 돌아보면 학생 유치를 위한 노력이 눈물겹다.



133전 49승 2 무 82패 0.368(3할 6푼 8리)

286전 48승 238패 0168(1할 6푼 8리)


두 줄의 숫자 조합이 의미하는 바를 상상해 보시길······. 첫 줄은 프로야구 작년 시즌의 꼴찌인 한화 이글스의 승률이다. 다음 줄은 2011학년도 본교 올해 졸업생들의 대학 도전 결산 승률이다. 초라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면 한국의 대학 입시, 특례 입시의 현황에 대해 아직 캄캄하다는 반증이다.


올해 졸업생들이 대학에 286개의 원서를 내서 48개 대학에 합격했고 그중에 한 대학을 골라 최종 출루(합격)한 타율(합격율)이다.

본교는 6년 연속 100% 대학 진학의 성과를 올렸다. 서울대, 고대와 연대, 서강대 등 소위 상위권 대학에 학생을 가장 잘 보내는 학교다. 다른 지역의 KIS 뿐 아니라, 세계 국제학교를 포함해서 단일 학교로서는 가장 좋은 입시 결과다. 북경, 상해, 청도, 천진, 자카르타 등의 KIS에서 매년 각각 80~130명의 학생이 졸업하는데 비해 우리 학교는 약 16~25명이 졸업한다. 그리고 전원이 합격한다. 그럼에도 286전 48승 238패, 1할 6푼 8리의 저조한 진루 성공률이다. 아직도 특례를 "땅 짚고 헤엄치기"로 생각하는 분들이 현실을 제대로 아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바야흐로 입시가 눈앞에 쫙 펼쳐졌고, 약 1달 반이면 속전속결로 끝난다.

2011학년도에 나타난 뚜렷한 현상 중에 하나는 수시 일반 모집에 재외국민 수험생들이 지원하는 수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보통 영어나 중국어 등의 어학특기자 전형에 지원하던 수험생들이 각 대학의 글로벌 인재, 리더십 전형 등의 모집에 지원했다. 수시 모집 인원이 특례 모집 인원보다 월등히 많은 가시적 요인에 끌린 선택이지만, 한국의 일반 수시는 70만이 넘는 한국의 수험생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지 않은 막연한 지원은 시간과 자원의 낭비를 가져올 뿐이다.


수시일반 모집전형은 특례 전형으로 대학별 고사를 치를 수 있는 준비가 충분히 된 수험생에게 주어진 또 다른 기회라고 생각되어야 한다. 물론, 본교에서도 외국어 특기자와 수시 리더십 전형을 통해 목표 대학에 합격한 사례가 있다(<표 2)>참고)


다음은 전반적으로 내신 성적의 비중이 더욱 커진 예다.

2011학년도 서울대(3년 특기자전형)와 고대와 연대에 최종 선발된 학생들의 학력을 대비 평가(<표 3> 3개 대학 평가 대비)해보면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서울대와 연대 그리고 고대의 입시 결과는 상반된 결과를 보여준다. 먼저 고대 1차 경영, 경제학과의 최종 선발자는 SAT1 2250점(2400점 만점)/IBT117점(120점 만점)에서 합격의 당락이 나뉘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선발 기준에 가장 큰 변수는 공인영어, 영어 학력 성적뿐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반면에 연세대의 경우에는 SAT1 이 만점에 가까운 학생이 불합격했다. 고대 1차와 같이 서류평가 100%의 선발기준으로 볼 때 내신이 낮은 학생은 연세대에 합격할 수 없었다.


특기자 전형으로 상해에서 최초로 서울대에 입학한 학은 이 외에도 TEPS940, HSK 8급 (구)의 공인성적을 가졌다. 그 보다 뛰어난 스펙을 가진 학생들을 제치고 최종 합격한 이유는 학업의 성실성과 발전 지향적 성과와 태도, 자기소개서와 추천서의 조화라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이 학교 내신 성적(국제학교의 경우 IB)을 포기하고 공인 영어 성적에 매달리는 것은 현재뿐 아니라 앞으로의 입시 변화 과정을 예측해 볼 때도 미련한 선택이다.

얼마 전 고려대와 성균관대의 입학 설명회가 끝나고, 입학 사정관과 식사 자리에서 나눈 얘기다.


"학생,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갔다 왔군요. 무슨 일을 했지요?", "가난한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어요", "비용은 얼마나 들고, 무엇을 느꼈나요?", "약 1,400불이 들었습니다. 이 땅에는 가난한 사람이 참 많구나, 나중에 이들을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정도의 깨달음을 위해 너무 많은 비용이 들었군요. 우리 주변에도 가난한 사람에게 그 돈을 나눠 줬으면 더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지 않나요?"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해 아프리카까지 갈 필요가 뭐가 있느냐는 얘기다.


각 대학 입학 관계자들은 이미 각 지역 단위 학교의 학력 수준과 커리큘럼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했고, 각 대학에 입학한 고교 졸업자들의 숫자와 대학 입학 후의 학업 성취도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졌다고 한다. 따라서 각급 학교는 School Profile을 통해서 교과와 비교과 영역이 심화,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보여 줘야 한다.


서류전형과 입학 사정관 제도가 확대되어 가는 입시의 현장에서 성공할 수 있으려면 학생의 우수한 학업 능력과 학교의 높은 신뢰도와 인지도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앞으로는 어느 하나가 부족해도 좋은 성과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다.


특례전형의 최대의 적은 학생들의 나태와 부모님의 막연한 기대이다. 이따금씩 듣는 말이 있다.


"예전에 누구는 수학, 영어도 못하고 머리도 별로 좋지 않으면서 놀기만 하는데 Y와 K대를 들어갔으니 우리 아이도 최소한 그 정도는 들어가겠지요 “


라고 한다.


"286전 48승 238패 0.168"을 머리맡에 붙여 놓기를 제안하고 싶다. 부모님 시대의 대학 서열은 이미 오래전에 무너졌다. 서울에 있는 대학 가기도 쉽지 않다. 각 대학들의 위상이 높아졌고,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자녀를 한국의 대학에 보낼 계획이 있으시다면 KIS에 보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이 글은 2000년대 초반 제가 근무했던 때의 일을 적은 것 입니다. 지금의 학교와는 전혀 관련 없는 먼 옛날의 일임을 밝힙니다.



*사진: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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