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지 Mar 03. 2024

에듀푸어 벗어날 수 있을까?


너 그러다가 에듀푸어될까봐 걱정돼.


언니의 말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맞벌이라서 당장은 쪼들림없이 살다보니, 너무 안일했나 보다.


학군지에 이사온 지 5년째. 매년 ㅇ천만원을 교육비로 쏟아부었다. 덕분에 20년차 맞벌이 부부의 저축액이 외벌이 신혼부부에도 못미친다. 에듀푸어가 아니면 뭐람?


https://brunch.co.kr/@allthatmoney/26




지난 연말, 아들은 명문대 장학생이 되었다. ㅇ천만원 쏟아부은 교육비, 이렇게 단번에 갚아주는구나,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 그런데 꿈이었다...


아들은 명문대 장학생을 포기하고 반수를 준비중이다. (의대 증원과는 무관) 본인이 원하는 곳이 아니라고 하니 강요하기도 어려운 상태. 다행히 사교육은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급하면 어찌될지 모를 일이다. 장학금은 이미 물건너갔고....반수에 성공하더라도 등록금 내느라 또 거금 들어가겠지? 나의 노후자금은 언제 모일까?


갑자기 헛웃음이 나온다. 대학 보내느라고 쓴 교육비가 얼마인데, 그에 비하면 새발의 피인 등록금 걱정을 하고 있다니... 그렇지만 그것이 우리 가정의 현실인 것이다. 사실은 등록금도 부담스러운 현실...




영어학원 40만원

영어교재 10만원

수학학원 40만원

수영 10만원

...


둘째는 영어, 수학 학원에 예체능 하나 다닐 뿐인데, 월 100만원은 거뜬하게(?) 쓴다. 이제 중학생이 되니 과학, 국어도 다녀야 할텐데..


매달 학원비 낼 때면 별별 생각이 다 든다.


2년 후면 2달만에 배울 내용을 왜 지금 가르치느라고 6달 동안 돈들이고 있는 걸까?

(2년 선행 중이다..)


지금 아무렇지 않게 쓰는 이 돈은, 훗날 늙고 병약한 나로부터 빌려다쓰는 소중한 돈이다.

(이웃블로그 펌)


학원비 월 100만원을 매달 ETF 주식에 넣어주면 매년 1200만원에, 배당+주가 상승분까지 복리로 불어나 아이가 성년이 되었을때 상당한 시드머니가 된다. (by 존리)


학원비 월 40만원은 자그마치 1억원에 대한 이자다. 매월 40만원 이자를 은행에 내고 1억원을 빌려다가 어디 유망한 데 투자를 해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웃블로그 펌)



....담달부터는 물가상승률에 맞춰 학원비도 ㅇ만원씩 오를 예정이라고 한다.ㅠ




얼마 전(2.27.) BBC에는 '한국 여성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나'(Why South Korean women aren't having babies)라는 기사가 실렸다. ①남성 육아 분담 부족, ②여성 경력 단절, ③높은 주거비와 함께 ④독특한 한국의 사교육 시장도 저출산의 주범 중 하나로 꼽혔다.


분명히 호구가 되어 학원 전기세 내주고 있는 걸 알면서도, 사교육을 빠져나올 수 없는 이유는 뭘까?


1. 다른 아이들 다 다니는데 혼자 안보내기 불안하다. (군중심리)

2. 학교에서도 학원 선행을 전제로 가르친다. (가르치는 곳이라기보다는 평가하는 곳)

3. 괜히 뻐대다가(?) 여차해서 진도 놓치면 들어갈 학원도 없어진다. (기회상실 한순간)

4. 당장 집에서 빈둥거릴 아이를 보고 있을 자신이 없다. (불안감)




그렇다고 K-학원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잘만 이용하면 세계 최고 경쟁력을 지닌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사는 조카는 대학에서 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하는데 지난 여름방학 때 한국을 찾았다. 이유는? K-코딩학원을 다니려고 온 것이다. 몇 달 후 만난 조카는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고 했다. 때로는 들인 돈 이상으로 뽑아낼 수 있는 곳이 K-학원인 것이다.




논점이 왔다갔다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학부모의 마음처럼ㅠ

빨리 마무리지어야겠다.



그래서, 나는 에듀푸어를 벗어날 수 있을까?

아마도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돈으로 막는 것이 제일 쉽다는 걸 지난 수년간 몸소 체험한 것이다.

또 아이들에게 가성비 따지지 않고 밀어줄 사람이 부모밖에 더 있겠는가?


그리하여, 첫째 반수 1년과 대학 4년,

둘째 대입까지 6년과 대학 4년...


앞으로 약 10년 간 에듀푸어로서 노후대비를 해나가려고 한다. 문제는, 40대 후반의 나이에, 집 한 채 외에는 금융자산도, 감춰둔 땅문서도 없다는 점이다. 내일이라도 아파서 드러누우면 당장 먹고 살아갈 일을 걱정해야 할 상황인데,


지금 이 시점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