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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나라한 이익 충돌

by 영진

제국주의의 역사에서 100여 년 전과 다른 ‘새로움’은 신·구 제국들 사이의 “적나라한 이익 충돌”이 지배하는 전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장석준은 이 ‘적나라함’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힌다.


“돌이켜보면, 지금에 비해 그때에는 그래도 최고위 결정권자들에게 냉소만이 아니라 일말의 신앙이 있었다. 그들에게는 정말 이익의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지키려 한 ‘이념'과 ‘가치'가 있었다. 그랬기에 그들 사이의 냉전이 오늘날과는 또 다른 불안과 공포('광신'과 결합된)를 수반했던 것이고, 정반대로 각 진영 내부에서 하위 동맹국들에게 상위 동맹국들이 후하게 이익을 양보하는 일도 일어났던 것이다. 가령 한반도는 이 ‘명'과 ‘암' 모두를 경험한 대표적인 지역이었다. 비극적인 전쟁의 한복판에 있기도 했고, 남과 북 모두 상위 동맹국에 대해 상당한 자율성을 누리며 예외적인 발전을 도모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코 ‘신냉전'이 아닌 오늘날의 전 세계적 대치에서는 이런 광경이 반복될 수 없다. 신·구 제국들 사이의 적나라한 이익 충돌이 지배하는 전선에서는 하위 동맹국들에 대한 이런 관대한 처분은 기대하기 힘들다. 오랜 동맹국들의 경제적 이익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이제 우리가 살아야 할 일상의 풍경이다.”


이처럼 적나라하게 차가워진 새로운 제국주의 시대에 “대한민국과 같은 나라의 시민들은 지금보다 더 철저한 현실주의자가 되어야”하며, “그런 시각으로 현재의 동맹국과 그 반대편 국가를 바라봐야 한다”고 장석준은 제언한다.


“제국주의 전쟁을 내란으로 전화”하라던 레닌의 선언과 실천을 장석준은 “제국 간 투쟁을 내부의 투쟁으로 전환하라”로 의역하기도 한다. “홉슨의 해법을 계승한 훙호펑의 정식화로는, 각 진영이 제국 간 전쟁이 아닌 내부 재분배를 통해 과잉 축적, 과잉생산 능력을 해결하게 만드는 세계사적 전환이다. 지정학적 충돌과는 달리, 이 전환의 열쇠는 양 진영의 지배자들이 아닌, 각 진영과 국가 내부의 민중에게 있다.”


국가 내부의 주권자 인민들이 정치 권력에 대한 투쟁과 정치 권력의 획득, 국가 외부의 인민들과의 국제연대가 제국주의 시대의 “운동”일 것이다. 전 세계의 주권자 인민들이 자국 내에서부터 그와 같은 ‘운동’을 견인해야 할 시대라는 것이다.



2023. 2. 10.



장석준: 「‘차이메리카' 시대의 파국…미·중 충돌은 ‘제국들의 충돌'이다」,『프레시안』2022.11.14.

V. I. 레닌:『사회주의와 전쟁』, 양효식 옮김, 아고라 2017, 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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