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생겨나나 자아여
인정할 때가 왔다.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의존하며 살아가는 의존적인 사람이라고 그렇지만 이젠, 회피하지 말고 들여다보며 바뀔 때가 왔음을 알아차리는 계기가 되었다.
쭉 돌이켜보면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도 그래서 차표를 알아봐야 할 때도 그들이 알아서 하겠거니 하며 묻혀가는 일상이 대부분이었고 한 달간의 유럽 여행을 갈 때도 어디 어디 가는지 조차 큰 관심도 없었던 거 같고 영어를 못해도 친구들이 다 해주리라 믿으며 불안해하지도 않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낯선 곳에 갈 때도 길치라는 핑계로 전혀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온전히 친구들에게만 의존하고 따라가기만 했던 것.
지금도 나는 어딘가를 놀려가야 하면 내가 먼저 알아보는 것보단 그곳을 다녀온 지인에게 연락해 묻고 묻고 하는 모습을 본 남편은 너무 쉽게 묻어 갈려고 하는 거 같다는 정곡을 찌르는 말을 했는데 나의 모습이 그렇게 보인다는 것에 충격받기도 했다.
약속을 정하는 친구들과도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뚜렷한 나의 선택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정말 상관이 없어서 그랬던 건데 주변에선 그렇게 느끼지 않았나 보다
친구들과 떨어져 결혼을 하고 나선 당연시 남편에게 백 프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핑계를 대보자면 일단, 경제권은 오로지 남편이 다 쥐고 있기에 나는 매 순간 의존적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고 나의 생각을 뿜어냄으로써 불화가 생기는 것이 싫어 물 흐르듯
남편을 맞춰 나갔던 것인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그러니 남편이 화를 낼까 전전긍긍하고 남편이 나에 대한 마음이 식어갈까 혼자 불안해하고 있었고 우리 둘 사이가 멀어지면 아이들에게 영향이 가니 내가 마음이 불편해도 애써 감추며 아닌 척하며 살아가고자 했다.
남편이 좋다고 하면 나도 좋고, 싫다고 하면 좋은 것도 싫다고 생각하고 행동했는데 이런 나의 마음을 고백하자 누가 그러래? 그럼 나 때문이야?라는 돌아오는 답변은 방망이로 머리를 맞은듯한 충격적인 느낌이 여전히 선명하다
맞다, 남편은 나에게 그러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단지 그건 나의 선택이었고 스스로의 행동이었을 뿐이었다
의존자는 상대방에게 기대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큰 문제를 담아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비겁했고 초라했다
근데 이건 아니라는 깨달음이 나에게 전달되었다
싫으면 싫다고 나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고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큰 문제라도 내가 감당해야 하면 기꺼이 할 수 있는 그런 단단함 사람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약하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누군가 나를 도와줄 거라는 착각을 내쳐버리며 나는 온전히 스스로 바로 서며 내가 나를 지키며 살아가야 한다고-
아무리 가족이라도 모두 각자 자신이 제일 소중한 존재라고 느낄 것이다. 절대 나보다 누가 더 소중한 존재가 될 순 없으리라. 물론 아이들한테는 느낄 수 있지만 부부간에는 그러지 않으리라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니-
행복 속에 살아가지만 더 행복하려면 나가 스스로 자아의 줏대를 잡고 나 자신도 소중히 여기며 나를 표현해야 한다.
나는 그걸 이제지만 뼈저리게 느꼈다.
느끼고 알았으니 변화하자. 비록 순탄치는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