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금요일, 딱! 면접에 붙었다는 연락을 받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 더 그렇냐, 그다음 토요일이 바로 그 직장에서의 마지막 출근이었으니 말이다.
길이 정해지고 난 뒤 끝이 나야 뭔가 스스로 무너지는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느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출근길, 여느 때와 같은 조용한 아침의 풍경.
비가 내리는 우중충하고 습한 날씨 속 우산을 들고 걷고 있었다. 여느 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비가 신발에 튀어 양말이 조금 젖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고 할까?! 하긴,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는 이곳에서의 정말 마지막, 정말 끝!
마지막이라고 해서 다른 건 없었다. 도착해 열쇠로 문을 열고 똑같이 옷을 갈아입고 똑같이 오픈 준비를 하고 닦고 정리하고 진료 시작 전부터 환자들은 오고 순서대로 체온을 재고 똑같이 돌아가는 일상.
다만 오랫동안 봤던 환자들이 올 때면 마음이 좀 싱숭생숭해지며 이제 못 본다는 생각에 한 번 더 눈길이 가서 괜스레 한번 더 말을 건네며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했다.
또, 시계에 눈길이 자주 가며 한 시간 한 시간이 지날수록 이제 몇 시간 남았네, 몇 시간 남았네 속으로 새어보며 애써 아쉬운 마음을 부정하며 계속해서 끝만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비가 와서 그랬는지 생각보다 환자들이 많이 오지 않았지만 역시 조금의 오버타임은 피해 가지 못했지만 1분 1초라도 빨리 정리하겠다는 마음으로 진료가 끝나기 무섭게 마감 정리를 시작했고 닦고 치워야 하는 걸 다 빼온 뒤 새로 오신 분에게 알려준 뒤 미리 유니폼 주머니 속 준비해 두었던 병원 열쇠를 들고 바로 원장님에게 갔다.
열쇠 가져오라는 말을 듣기 전에 내가 먼저 꼭 놓고 가고 싶었으니 말이다.
처음 내가 이곳을 오고 그만두기 위해 나에게 인수인계 해주던 직원분한테 마지막날 원장님이 열쇠 두고 가라는 말을 했고 그 말을 옆에서 나 또한 듣게 되었는데 왜인지 내가 더 수치스럽고 기분이 안 좋았던 기억이 선명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그 상황만큼은 만들기 싫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꼭 내가 먼저 줄 것을 다짐하며 진료가 끝나기 무섭게 바로 가져다 드린 것이다. 조금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원장님은 열쇠를 받아 들었고 수고했다는 말을 나에게 건넸다.
상쾌한 얼굴로 웃으며 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하며 망설임 없이 진료실에서 나왔고 나머지 정리할 것들을 이어갔다.
깔끔하게 뒷정리를 다 마친 뒤 빠르게 옷을 갈아입었고 나머지 짐을 싼 뒤 나오려는데 원장님이랑 5년 차 선생님이 진료실 안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이다.
원래 같으면 그 이야기가 끝나기까지 기다렸다 인사하고 나왔을 테지만 이제 나는 타이밍의 눈치 따윈 볼 필요 없는 마지막 아닌가? 전혀 그럴 이유가 없으니 바로 나가 진료실 문 앞에 가서 큰 소리로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외친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출입문을 향해 걸어가는데....
후다닥 진료실 안에서 부랴부랴 나오던 두 사람.
“잘 가요”라는 말은 뒤통수로 듣고 그대로 나와버렸다.
네, 잘 계세요-
그렇게 나가고 조금 뒤 5년 차 선생님에게 전화가 와서 인사도 제대로 못 했다며 간단한 이야기를 나눈 뒤 끊은 전화 통화로 정말 그곳에서 끝이 실감 났다. 좋은 것도 있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래, 아주 조금 있었고 나쁜 게 너무 많았던 그곳 모두 안녕 정말 안녕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