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연

눈물골짜기 같은 일상에도 힘 내게 하는 고마운 인연들

by 공글이

아이가 아픈 것이 불행만은 아니다. 고마운 인연들 덕분이다. 최근 경주 한옥에서 휴가를 보냈다. 생각지도 못한 초대를 받았다. 5년 전쯤 대전 지인 집에 놀러 갔었다. 그때 지인의 지인분을 만났다. 입양을 고민 중인데 우리 가정을 만나보고 싶다 해서 성사된 자리였다. 입양에 대해 현실적인 어려움도 나눴다. 그 뒤로 얼굴을 까먹고 지냈다.

우리 집 소식을 들었다며 몇 년 만에 연락이 닿았다. 전화기 너머로 지인의 지인분 음성이 떨렸다. 소식 듣고 너무 놀랐고 마음이 아프다며 우셨다. 그 집도 둘째를 입양했고 우리 집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쳤단다. 우리도 입양을 하기까지 영향을 받았던 가정이 있다. 그 역할을 우리 집도 했다니 감개무량하다.

한 번 만난 적은 있지만 얼굴은 까먹은 그분을 나는 집사님이라고 부른다. 집사님이 동생네가 한옥 숙소를 한다며 초대하셨다. 조식을 먹고 낮에는 숙소에서 뒹굴거리다가 저녁이 되면 경주의 야경을 누렸다. 황리단길도 구경하고 첨성대, 동궁과 월지를 산책했다. 아름다운 밤을 눈에 담았다.

아이의 치료비를 걱정해 주는 분들이 있다. 다행히 아이는 의료급여 1종이라 치료비 혜택이 크다. 오히려 교통비가 더 많이 든다. 우리 집에서 기차역이 차로 20분이고 SRT를 타면 수서역까지 2시간 5분이 걸린다. 수서역에서 병원까지는 차로 20분이다. 중간에 걷는 시간까지 더해도 3시간이면 병원에 도착한다. 이런 세상에 아이가 아파서 안도한다. 서울에 집이 있으면 좋겠지만 교통의 편리함에 감사하다.

우리나라 의료제도에 감탄한다. 여태까지 아이 치료비로 3000만 원이 들었고 우리가 낸 돈은 300만 원이다. 주변에서 십시일반으로 모아 주신 돈을 합치면 300만 원이다. 우리가 낸 돈은 없는 셈이다. 3월에 아이가 이유 없이 토할 때 어린이보험에 가입했다. 한 달도 되기 전에 뇌종양 진단을 받았으니 보험금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험금이 나왔다. 보험금 덕분에 교통비 부담이 해결 됐다. 아프면 보험금이 위로가 된다. 내가 병원에 가느라 집을 비울 때 큰아이의 등교 시간을 함께 해준 고마운 이웃도 있다.

올해 입양모임에 나가게 됐다. 첫 모임에서 아이가 자꾸 토해서 걱정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아픈 아이의 언니도 걱정된다며 우리 집이 사례관리 대상이 됐다. 6개월간 큰아이의 학원비를 지원받고 있다. 지원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만나거나 전화로 근황을 묻고 필요를 살펴주신다.

아이가 아픈 것은 분명 불행이지만 아픈 것이 온전히 불행은 아니다. 새로운 인연이 생겼고 오랫동안 뜸했던 인연도 다시 연락하는 계기가 됐다. 멀리서도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음을 느낀다. 자기 일처럼 속상해하고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가족을 포함해서 쭉 곁에 있어 준 사람들의 소중함도 진하게 와닿는다. 눈물골짜기 같은 일상을 살다가도 힘을 낼 수 있다. 새롭게 알게 된 인연, 다시 이어진 인연, 쭉 내 곁에 있어 준 인연들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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