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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국어인쌤 Aug 01. 2023

고속열차 타고 타이난 가는 길

타이베이 메인역에서 고속철도(THSR) 타기, Day 3(2)

 “쫌 비키라고!” ('좀'이 아니라 '쫌'이다.)

 

 타이베이 메인역은 우리나라의 서울역처럼 지하철 여러 노선이 지나고, 기차역, 고속철도 기차역, 공항철도역이 모두 지나기 때문에 사람이 많고 복잡하고 넓고, 정신없다. 


 같은 타이베이 역인데도 고속철도를 타려면 야외로 나갔다가 다른 입구로 다시 들어가야 했다. 캐리어를 끌고 갈 수 있는 길을 못 찾아서 들고 낑낑거리며 계단을 내려간다. 아이가 도와주겠다고 앞을 막자 무거운 짐을 든 엄마는 버럭 소리를 질러 도와주려 했던 아이의 맘을 다치게 하고야 만다.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예민해지는 엄마와,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게 많고 직접 해보고 싶은 아들은 끊임없이 부딪친다. 화해하고 싸웠다 친해지고, 미안하고 고맙고 화내는 여행의 무한 루프. 아이고야. 

 타이베이에서 타이난으로 가는 고속철도 티켓은 한국에서 미리 구입했다. 

 다양한 할인 행사가 있으니 일정이 정해졌다면 미리 구입하는 게 좋겠다. 내가 티켓팅을 할 때 ‘외국인 성인 기차표 1+1’ 행사가 있었다. 우리는 1.5 인이라 해당되지 않았지만, 미리 예약으로 2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예약한 바우처를 티켓 카운터에 제시하면 바로 티켓으로 바꿔준다. 외국인 전용 할인을 받았기 때문에 여권을 보여줘야 하고 항공권처럼 여권과 이름이 틀리면 발권이 안된다고 하니 주의해야 한다. 티켓이 매진되지 않았다면 현장에서 시간은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여유 있게 예약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출발 시간 전까지 여유가 생기니 그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입이 댓 발 나와있는 아드님부터 달래지. 바쁘다 바빠. 


 타이베이 고속 철도 실내 역사에 들어서면 위 천장이 투명 창문으로 되어 있고 약 3층 높이 정도의 뻥 뚫린 넓은 광장이 나온다.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서 이야기하고, 뭔가를 먹기도 하고, 차를 기다리기도 하는 자유로운 느낌의 멋진 공간이다. 그 주변으로는 1, 2층은 푸드 코트인 브리즈 센터로, 도시락, 샌드위치, 빵 등을 파는 점포와 식당가, 기념품 가게가 입점해 있다. 우리도 기차에서 먹을 홍루이젠 샌드위치를 사서 바닥에 털썩 앉아서 사람들과 함께 기차 탈 시간을 기다린다. 


 갑자기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어디야? 뭐지? 우리 빼고 뭐 재미있는 것 하나?” 

 두리번두리번 미어캣 모자 출동. 


 역사 벽 한쪽면의 커다란 시계에서 음악이 나오고 크고 작은 수레바퀴들이 돌아가며 기차모형이 반대편 끝으로 움직인다. 입을 벌리고 고개를 들어 집중해서 쳐다본다. 1시. 매시 정각에 시계가 울린다고 한다. 기차가 반대편 끝으로 도착해서 ‘뿌뿌~’ 기적소리를 내더니 멈춘다. 짧은 몇 분 시간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재미있는 장면에 깜짝 선물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다. 


 “엄마, 2시에는 저 기차가 반대쪽으로 가나?” 

 “아마. 그렇겠지?” 

 2시 전에 출발해서 확인을 못하니 아쉽다.

 대만은 지하철에서의 음식, 음료 취식을 엄격하게 규제한다. 심지어 물도 마시면 안 된다. 그런데 기차에서는 가능하다. 지하철을 좀 더 깔끔히 관리하고 싶은 걸까. 

 그러고 보면 대만은 참 깨끗하다. 곳곳에 쓰레기통도 많고 치우는 사람도 많다. 기차에는 간식을 파는 카트와 더불어 쓰레기만 치우는 용도의 카트가 다닌다. 쓰레기를 치우는 용도의 카트이니 미안해하지 않고 가지고 있던 쓰레기를 버릴 수 있고, 당연하게 앞 좌석에 쓰레기를 꽂아 놓는 일이 드물고 기차가 깨끗하게 유지된다.

 2시간 정도 걸려서 고속철도 타이난 역에 도착한다. 타이난 시내로 가려면 다시 옆 건물의 ‘샤룬역’ (沙崙車站)에서 일반기차로 갈아타고 타이난 기차역(台南火車站)까지 20분 정도 더 가야 한다. 조금 헷갈릴 수 있지만 고속철도인지 그냥 일반 기차인지 정신을 똑바로 차리면 어렵지 않다! 


 “1분 후에 출발해요!, Left one minute!”  

 화장실도 들렀다가 1.5인의 걸음으로 느릿느릿 샤룬역으로 가는데, 기차역 입구의 차장님이 우리에게 

영어와 중국어를 섞어서 외치며 우리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우리랑 같이 고속철도에서 내린 사람들은 이제 거의 다 탔나 보다. 


 “뛰자!” 

 우리가 타자마자 기차가 출발하기 시작한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전용 기차처럼  우리를 기다려 준 것 같다! 타이난. 시작부터 느낌이 좋은데?

우리에게 서프라이즈를 주었던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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