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난 근교- 녹색터널(绿色隧道), Day 4(1)
아이의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닭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다람쥐처럼 계단을 오르내리며 이미 1층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 아들.
어젯밤에 잠들기 전에 다짐했다. 아이랑 둘이 여행을 한다면 다시는 복층을 선택하지 않으리라.
필요한 물건들을 가지고 올라오고, 잊은 것이 있으면 다시 계단으로 내려갔다 와야 하는 번거로움이라니.
*하지만 여행이 끝난 후 아들에게 물어보니 복층 집이 제일 기억에 남고, 나중에 여행 가면 또 복층인 숙소로 가고 싶다고 한다. 흠….
오늘은 ‘녹색터널’이라고 불리는 뤼써쑤이따오(绿色隧道녹색수도)와 안핑(安平안평)에 갈 예정이다.
뭘 타고 갈 것인고 하니.
타이난은 지하철이 없어서 시내에서는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타이난 근교의 주요 관광지인 안핑, 녹색터널, 소금산을 연결하는 99번 하오싱(好行) 관광버스는 일반적으로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며, 운이 나쁘면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마저도 주말에만 운행된다고 하니, 타이난은 무조건 주말을 껴서 오는 일정으로 해야겠다.
녹색터널은 시내에서 근 한 시간 거리에 있다. 배를 타고 가면서 우거진 나무와 자연 생태 환경을 관광하는 이색적인 투어로, 숲이 울창한 나머지 서로 엉키며 터널형태를 만들어서 ‘녹색 터널’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너무 기대가 되는 곳 중에 하나인데 교통편이 만만치 않다.
구글맵으로 검색해 보니 9시 27분에 버스가 있다. 구글맵은 실제 버스 시간과 잘 안 맞는다고 해서 아침에 여유 있게 숙소에서 출발했다. 타이베이 2층 버스 사건 이후로 버스가 또 우리를 버리고 갈까 봐 두근두근.
오! 버스 정류장에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알려주는 전자 시스템이 갖춰 있다. 99번 버스는 29분 후 도착 예정. 타이난 기차역까지 가는 버스는 93분 후 도착? 와. 걸어가는 게 빠르겠다.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과연 저 시간은 정확한 걸까? 여행자들의 쉼터 세븐일레븐에 가서 음료수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고, 주인아저씨에게 다시 한번 확인해 본다.
“저기 시간은 정확한 거예요?”
“그럼요, 정확해요!”
주인아저씨가 확신에 찬 고갯짓을 한다. 그렇다면 믿겠습니다요.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아서 시우는 편의점에서 산 푸딩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뭐 여행 다니면 이렇게 저렇게 대충 먹는 거지 뭐. 안핑에 맛집이 많다고 하니 나중에 거기서 제대로 먹자! 아무도 뭐라 안하는데 혼자 찔려서 합리화 하는 엄마다.
정말 정확하게 시간 맞춰 버스가 도착했다.
대만에서는 버스를 탈 때 그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며 내가 타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버스가 선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아이는 버스가 올 때마다 손을 흔들며 소리 지르고 춤을 춘다. 꼭 구애의 춤을 추는 나비 같구나.
"저기요~"
사람들이 쳐다보지만 엄마는 부끄럽지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