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여행 준비
엄마의 여행 준비 : 대만 파악하기, 대만 일정&숙소 정하기
일에 지장이 안 가게 최대한 일정 조율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한 달이 훌쩍 지나고 틈틈이 봤던 저렴하고 좋은 호텔이 쏙쏙 예약 마감된다. 마음이 급해진다. 만약 타이베이 한 곳만 간다면 적당한 위치의 호텔에 길게 머무르면 되겠지만 여러 지역을 돌아다닐 생각하기에 우선 일정이 나와야 하는 상황. 물론, 현지에서 숙소를 찾아도 좋겠지만 아이와 둘이 하는 첫 여행에서 캐리어를 끌고 다니면서 숙소를 찾는 그런 상황은 피하고 싶다. 비라도 오면... 으윽...
대만 파악하기
아무래도 한눈에 보기에는 가이드 북 만한 것이 없기에, 우선 가이드 북을 빌려서 사법고시 공부하듯 읽기 시작한다. 전체 지도, 상세 지도 체크도 필수이다.
대만은 우리나라 1/3 정도의 크기이고, 크게 제일 북쪽의 수도인 타이베이(북), 타이중(중), 타이난(남), 타이동(동)으로 나눠서 보면 된다. 어쩜 이름도 이렇게 구분하기 좋게 지어 놓은 것인지! 거기에 관광지로 유명한 동북의 화롄시, 가오슝, 아리산, 르웨탄이 추가된다.
대만지도
타이베이(台北): 대만의 수도이자 가장 큰 도시
타이중(台中): 대만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며,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
타이난(台南):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역사와 문화적인 유산이 풍부.
타이동(台东): 대만의 동쪽에 위치한 도시로, 아름다운 해안과 자연경관이 특징.
가오슝(高雄): 대만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대만의 경제적 중심지이며, 항구 도시.
아리산(阿里山): 대만의 중남부에 위치한 산악 지역으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유명
르웨탄(日月潭): 큰 호수로, 호수 주변에는 산악 경로, 전망대, 사원 등의 관광지로 유명.
화롄(花蓮): 동부 해안에 위치한 도시로, 깊은 협곡, 암벽, 폭포, 자연적인 산책로 등이 있는 아름다운 곳.
대만 날씨
대만 날씨는 참으로 변화무쌍하다. 남부의 해안가는 열대기후, 북부와 중부 지역은 아열대기후, 중부의 산지 지역은 온대 기후라고 한다.
시기 별로 보면 5월부터 9월까지 약 5개월간 지속되는 여름은 매우 덥고 습하며 낮 기온이 35℃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여름 중 가장 더운 7월의 평균 기온은 28℃에 달한다. 태풍의 주요 경로라서 6월에서 9월까지 태풍이 자주 발생한다. 반면, 12월부터 2월까지 지속되는 겨울은 짧고 평균 12~16℃ 정도로 온화하다.
우리가 가는 2월은 이동하기에 날씨는 좋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습도가 높기 때문에 겨울에는 온도에서 5~10도 정도를 줄여야 체감온도이다. 대만 사람들은 제습을 에어컨으로 하기 때문에 실내가 실외보다 추운 겨울이라고 한다. ‘살아보니 대만’ 책을 보면 대만의 추위는 ‘젖은 몸으로 찬바람을 맞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니 아열대 기후의 겨울이긴 하지만 추위에 대한 대비를 어느 정도 해놓는 것이 좋겠다.
아이가 어릴 때는 휴양지위주의 여행을 다녔고, 이런 배낭여행은 너무나 오랜만이라 신나서 일정을 짰다. 내 스타일대로 촘촘하게 일정을 채우다 보니 길다고 생각했던 17일도 너무나 짧다. 더군다나 아이를 데리고 이 일정이 가능할까? 아이가 중간에 더는 못 가겠다고 주저앉아 버리면? 외국인이 17일 동안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강원 이렇게 다니는 게 가능하냐 말이다. 서울에만 있어도 여기저기 가려면 바쁠 텐데. 처음부터 급하게 찍고 빠지는 여행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현실 자각 타임이 오니… 이제는 무엇을 빼야 하나? 고민이 생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여행의 컨셉. 아이와 여행인데, 내가 대만에 가서 하고 싶은 게 무엇이었더라? 처음에는 한 군데서 오래 머무는 느릿느릿한 여행을 하려 했는데 하다 보니 너무 바쁘다. '휴식+온천+바다+자연+현지체험+드라마 촬영지 방문'을 위주로 다시 수정을 해보자.
결국 대만의 옛 모습을 느낄 수 있는 타이난과 수도인 타이베이를 두 군데를 메인으로 놓고, 다른 지역은 지나가면서 들리거나 눈물을 머금고 다음 기회를 기약하는 것으로 하여 일정을 잡고 숙소를 예약하기 시작한다.
숙소 정하기
숙소를 정하는 데는 위치와 예산이 중요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예산이 무한정이라면 좋은 위치에 좋은 호텔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여행에서 숙소는 좋은 위치에 있고 적당히 깨끗한 곳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혼자 배낭 여행할 때는 게스트 하우스도 많이 이용했는데, 게스트 하우스는 침대 별로 돈을 부과하기 때문에 아들이랑 둘이 이용을 하면 저렴한 호텔보다 더 비쌌고, 게스트하우스 자체에서 어린이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장기 여행이었기 때문에 숙소 예산은 5만~10만 원 정도로 생각하고 알아봤다. 같은 숙소라도 예약 사이트에 따라서 가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체크해 보고 최종 결정을 한다. 나는 주로 트립닷컴, 아고다, 호텔스닷컴,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
예약할 때 주로 봤던 사이트
* 대만은 에어비앤비가 불법이라고 한다.
대만에는 매우 저렴한 숙소도 많은데 만약 저렴이 숙소를 예약한다면 꼭 체크해 보자.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가 당황할 수 있다.
창문이 있는가? 화장실이 있는가? 냉장고가 있는가? 위치가 역이랑 가까운가? 에어컨이 있는가? 제습기가 있으면 있는가?(있으면 너무 좋다) 시끄럽고 번화한 곳이 싫어서 조용한 곳을 선택했는데 밤에 들어가기에 무서운 너무 외진 곳일 수 있다.
대부분의 숙소들이 실제 숙박하기 일주일 정도 전까지는 다 무료 취소, 일정 조정이 되어 부담 없이 예약하고 취소하고 할 수 있었다. 간혹, 일정 변경이 안 되는 조건으로 매우 저렴하게 나온 호텔도 있지만,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소심이 엄마는 그런 숙소는 조심스레 패스했다. 혹시나 코로나 같은 것이 다시 발발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퉤퉤퉤!!!
호텔 같은 경우는 당연히 주말이 평일보다 더 비싸다. 그런데 예약을 거의 마무리할 즈음 타이베이 숙박이 예정된 27일, 28일 호텔가격이 확 높아지는 것이다. 왜지? 대만에 무슨 일이 있나? 인터넷을 뒤져보니, 앗!
2월 28일은 대만의 ‘화평기념일’*이라는 공휴일이다. 화요일인데, 징검다리 연휴로 월요일도 쉰다고 한다. 제법 중국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도, 대만의 의외의 휴일에 당황했다.
일정을 이제라도 바꿔볼까? 그럼 정말 처음부터 다시 알아 봐야 한다. 일이 너무 커지네. 휴일에는 너무 복잡하다는 타이베이 외곽 일정만 휴일 이후로 조정하자. 그냥 가자. 아. 몰라...
* 2월 28일 화평기념일: 중국에서 이주한 외지인들이 대만의 주요 관직을 차지하게 되고 원래 대만에 살던 사람들과의 차별이 심해지게 된다. 1947년 2월 28일에 부당한 횡포에 맞서 대만에 원래 살던 국민들의 격렬한 투쟁 중에 10일 동안 3만 명 정도의 본성인이 학살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희생된 많은 분들을 애도하기 위한 날이 228 화평기념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