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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나무

by 방석영 씨어터
사람과 나무 Human and Tree (2024. ink on korean paper. 130x130)

#모르는사이에

우리가 1kg의 음식을 먹고 몸무게를 잴 때 1kg이 늘지는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소화 중 많은 양의 수증기로 발산되기 때문이다.

'망각'이란 우리는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잠시 머물렀다 사라지는 장면들이다.

인간은 그래서 살아갈 수 있는 건지 모른다. 소화에서도, 뇌활동에서도 '모르는 사이에' 버려지는 것이 있게 마련인 것은 쓸데없는 것에 미련을 두는 것조차 봉쇄해 버리는 대자연의 배려이다.


#일상화

표피에 난 상처는 각질과 함께 곧 사라지지만 진피까지 파고든 상처는 흔적이 남는단다. 어떤 감정을 일상화하는 것은 표피에 자극을 안착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가볍고 얕게 그것에 문을 열면 잠시 편히 머물다 가는 여행객처럼 그건 곧 내 하루하루와 함께 뒤로 뒤로 간다.


#가치

큰 예술도 작은 우수(憂愁)에서 태어난다. 우수의 것들을 이젠 멋진 형아처럼 자신이 먼저 일상으로 붙박을 줄 알게 될 때,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 그 이상의 특권이 어디 있겠나! 가치라는 것의 첫인상은 아주 높다랗고 준엄하여도, 지구라는 바위가 본디 속살은 바다이듯, 알고 보면 그것을 얻기 위해 거듭 분투하는 미생(微生)에게 끝내는 베풀게 되는 내유(內柔)한 삼촌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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