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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카 Stica Feb 13. 2024

부록1. 40일간의 나타 (Pastel de Nata)

포르투갈의 에그타르트

나는 포르투갈에서 먹은 나타 (파스텔 드 나타 - Pastel de Nata, 에그타르트)가 너무나도 맛이 있었다. 포르투갈을 떠나는 날까지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최소 한 개씩을 먹어댔는데 질리지 않았을 정도. 그러나 고작 열흘 있었던 남편은, 이레 정도 나를 따라 먹어보고는, 맛이 있기는 하지만 남은 여행기간 동안 더 이상 먹지 않아도 되겠다고 했다. 아마도 내가 별난 것이겠지.


십년전 쯤, 서울에 한참 나타 가게가 많이 생겼을 무렵 서울에서 먹어본 나타는 모두 비슷한 맛이었다. 크러스트는 매우 얇고 바삭한 파이지가 여러겹 겹쳐진 것으로, 속에 든 크림은 계란 노른자의 샛노란색을 띠었다. 반면, 포르투갈에서 먹은 나타들은 대체로 크림 색이 좀 더 흰 편이다.


나타 전문점이나 빵집에서는 나타가 개당 1유로 초반, 서버가 있는 유명 카페에서는 개당 2유로대에 판매된다. 나타 전문점에서는 대부분 에스프레소 등의 커피음료 뿐만 아니라, 나타에 곁들여 먹기 좋은 디저트와인 (포트 와인과 체리주 Ginja)도 잔으로 팔고 있어, 다양한 조합을 즐기기 좋다. 시나몬 파우더, 슈가 파우더를 뿌려 먹으면 한층 맛이 배가된다. 나타를 포장해 나올 경우에는 점원에게 작게 소분된 가루를 요청하면 무료로 제공해준다.




리스본이 나타의 본고장이라고 해서, 리스본에서 파는 나타는 훨씬 더 맛있을까, 기대했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물론 원조 나타 집, 리스본 제로니무스 수도원 옆의 파스테이스 드 벨렝(Pasteis de Belem)이 명불허전으로, 제일 맛있었기는 하지만, 벨렝 지구 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나타 가게는 모두 포르투에서도 보아온 브랜드의 지점이었다. 브랜드마다 당도의 차이가 느껴지기는 하는데, 점포의 위치나 찾아간 시간에 따라 내어준 나타의 온도가 들쑥날쑥한 편이라, 차이를 일정하게 구분짓기는 좀 어려웠다.


최고의 나타 집, 파스테이스 드 벨렝(Pasteis de Belem)의 나타는 크러스트가 가장 특별하다. 매우 바삭하면서도 가볍게 으스러지지 않는 다소 단단한 질감인데, 그렇다고 두껍지도 않다. 크림은 점성이 조금 있는 편이지만 노랗지는 않다. 크림의 버터 풍미, 달콤한 바닐라 향이 조화롭게 어울려 아주 맛있다. 포르투갈 제일 유명한 디저트의 제일 유명한 가게답게, 매장이 아주 크고 자리가 넉넉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이 워낙 많아 성수기에는 자리 잡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

파스테이스 드 벨렝(Pasteis de Belem)의 매장 모습과 나타


그 외에, 가장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그리고 아마도 프랜차이즈 중에 가장 맛있는) 곳은 만테이가리아 (Manteigaria). ‘버터상점’이라는 포르투갈어 이름답게 버터 풍미가 가장 진하다. 크림은 약간 무르고 흰 편이고, 패스츄리가 가볍고 바삭하다. 인기가 많은 덕에 회전율도 높아 타 브랜드 대비 갓 구운 나타를 먹게 될 가능성도 높다. 포르투와 리스본에서 가 보았던 대부분의 점포가 앉을 만한 좌석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리스본 벨렝지구의 점포에는 실외테이블이 있었다.

만테이가리아 (Manteigaria), '버터상점'의 갓 구운 나타


그 다음으로 내가 맛있게 먹은 나타 브랜드는 카스트로(Castro). 포르투에서 처음 가보았을 때, 마침 갓 구워낸 것으로 내어줘 만테이가리아보다도 더 맛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후 여러번 다시 방문한 끝에 맛으로는 만테이가리아에 밀렸다. 나타가 나온지 꽤 되어 차갑더라도 데워준 적이 없다. 포르투 지점에서 마지막으로 사 먹은 나타는 아주 차갑게 식어 있었고, 식은 탓인지 매우 실망스러운 맛이었다. 그래도 포르투의 지점에는 협소하지만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리스본 지점에는 실외 테이블도 꽤 있어 자주 찾았다.

카스트로(Castro)의 나타


포르투와 리스본내 점포를 여럿 가지고 있는 파브리카 다 나타(Fábrica da Nata). 어느 가게를 가든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몹시 넉넉하고 소파도 많이 준비되어 있지만, 나타 맛이 특별하지는 않다. 긴 도보로 지쳤을때, 다음 일정 전 여유롭게 앉아 시간을 보내고 싶을때 가기 좋다. 


마지막으로, 포르투에서 처음 먹어보았을때는 덜 달아서 가장 내 입맛에 맞는다고 생각했던 나타 드 리스보아(Nata de Lisboa). 다른 날, 다른 점포에서 다시 사 먹어보니 기억한 것보다는 달았다. 가게 이름은 ‘리스본의 나타’이지만 막상 리스본에서는 점포를 많이 찾아볼 수 없다. 크림이 타 브랜드 대비 점성이 좀 더 있으면서 노란 편이고, 다른 곳보다 크림 자체의 시나몬향이 살짝 더 진하다. 회전율이 좋지는 않아 그런지 늘 한번 데워서 내어준다. 어느 지점이나 실내외 테이블이 많은 편. 포르투 상벤투역 지점의 점원들이 아주 친절하고, 간단한 한국어 인삿말을 정확한 발음으로 구사한다.

나타 드 리스보아(Nata de Lisboa)의 나타와 에스프레소. 상벤투역 지점 점원들이 아주 친절하다.


그 외에, 나타 전문점이 아닌 해리포터 카페로 유명한 포르투의 머제스틱 카페(Majestic Cafe), 페르난두 페소아의 애정 카페로 알려진 리스본의 아 브라질레이라(A Brasileira)에서도 나타를 먹어보았다. 두 곳 다 나타를 만든지 좀 되어서 그런지 크림이 좀 더 단단했다. 둘 다 개당 2유로대에 팔고 있지만, 맛은 Majestic Cafe가 압도적. 노랗다 못해 약간 주황빛을 띠는 크림이 아주 진하고 맛있었다. 상대적으로 A Brasileira는 여느 프랜차이즈 나타보다도 덜한 듯한 맛이었다.

좌: 머제스틱 카페(Majestic Cafe)의 주황빛 감도는 나타, 우: 아 브레지아 브라질레이라(A Brasileira)의 나타와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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