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에 다가가는 방법
예전에 ‘답정너’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뜻으로 자신의 입장만을 밀어붙이는 사람을 묘사하는 표현으로 쓰인 바 있다. 그런데 자신은 아니라고 하지만 ‘답정너’는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성향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저 사건의 원인은 oo일 거야’ 하고 이미 답을 정해놓고 판단하기는 경향이 강하기에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이다.
자신의 관점에 취하는 경우와 관련한 크로이소스의 이야기가 있다.
7세기 경 존재했던 소아시아 서부지역의 부유한 왕국 리디아의 왕이자 세계 제일의 부호였던 크로이소스는 그 당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던 페르시아가 신경 쓰였다. 어느 날 크로이소스는 주술사를 불러 자신이 페르시아를 침략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물어보았다. 주술사는 ‘왕국은 멸망할 것이다.’라는 점괘를 내놓았다. 크로이소스는 멸망할 왕국이 페르시라고 생각했고, 전쟁을 시작하였지만, 정작 멸망한 것은 크로이소스의 리디아였다. 이 이야기에서 보듯 사람들은 진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해당 사항을 판단한다. 그리고 늘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을 하지만, 진실에 반하는 판단은 늘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확증편향이란 개념이 있다. 이는 가설의 진위를 가리거나 문제를 해결할 때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취하고 상반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무의식적 사고 성향을 의미한다고 한다. 확증편향이란 어려운 용어로 포장되었지만, 인간은 원래 진실을 외면하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믿는 존재이다. 모든 시장의 지표는 주식이 하락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일부 희박한 정보에 의거하여 내 산 주식만은 오른다는 투자자, 업무 트렌드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업무 처리방식이 옳다고 주장하는 꼰대 상사, 어떤 정책에 대해서 상대정당에서 기안했다는 사실로 쓸모없다고 주장하는 정당지지자 등 사실이 어떻든 간에 자신이 믿는 바가 진실이라며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 경우들을 보면서 우리들은 ‘한심한 사람들이네’ 하고 손가락질하지만, 타인들의 시선에는 바로 우리가 자기주장만 하고 있는 그 한심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우리는 한 사안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 대해서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그리고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부터 미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일단 해당 상황이 발생한 원인 및 과정 등의 사실 자체부터 명확하게 파악하고, 사안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관점의 정보를 얻으려는 태도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도 기꺼이 들으려고 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알게 된 내용이 내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지라도 그 내용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것이라면 이를 수용한다는 마음가짐도 가져야 한다. 그래야지만 오해나 오판으로부터 일어나는 많은 상황들을 피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사회는 가짜뉴스 및 자신만이 맞다고 주장하는 일부 목소리 큰 사람들로 인해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한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들 각자가 자신의 편향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사안을 파악하기 시작한다면, 숨어있던 진실들이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 진실을 보고 옳은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