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도대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니?

엄마가 너의 마음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by 나르샤

학교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내가 알지 못하는 딸아이의 속마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친구 같고, 재미있고, 상냥하지만 때로는 단호한 엄마. 다른 꿈들은 시간과 함께 희미해져도, 꿈꾸었던 엄마 노릇은 어느 정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평소같이 대하면서도, 아이를 잘 관찰해야 하는 엄마. 마음속 우울감을 깊이 감추어둔 아이. 새롭게 설정된 관계 속에 나는 행동의 기준을 잃었다. 이전이라면 그저 평범한 대화와 아무렇지 않을 행동들은 현미경을 들이댄 듯 확대되었다. 같은 행동, 같은 말을 하더라도, 머릿속에는 무수한 생각의 꼬리가 늘어진다.


아이가 평소처럼 노래를 듣고 혼자 놀겠다며 방문을 닫고 들어간다. 혹시나 그 닫힌 공간에서 또 슬픈 마음에 빠져드는 건 아닌지. 어느 날 슬쩍 유튜브 시청 기록이 보이지 않도록 설정하더니만, 혹시나 보아서는 안될 극단적인 영상들을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 매일 아침 등교 의식 같은 말이었는데. 그저 쿨하게 "아 네~ 그럼 가지 말든지~ 대신에 샘한테는 네가 연락하고"라고 했었는데. 오늘은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힘들고 외롭다는 것의 다른 표현인데 내가 외면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속뜻과 표현 사이의 큰 공간 속에서 헤매는 기분.


아이가 뜬금없이 말한다. "엄마, 나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있어. 특정 사람하고만 찍은 즉석사진으로 앨범 한 권을 채우는 거!" 그냥 해보고 싶은 일이면 되지 하필 왜 '죽기 전에'가 들어가는 걸까. 예민해진 나의 촉수는 점점 더 날을 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왜 꼭 한 번만 해. 엄마랑 오래오래 계속 여러 권 만들면 되지~"라고만 했다. 아이를, 나를 안심시키고 싶어서.


다른 아이를 놀린 같은 반 친구가 못 마땅한 딸. 진짜 나쁘다고, 평생 벌을 받아야 한다는 너에게 나는 뭐라고 해야 할까. 맞다고, 그런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친한 친구처럼 편을 들어주어야 할까, 아니면 그건 너무 가혹하지 않냐고 증폭된 너의 마음을 살살 토닥여야 할까. 지금 너에게 맞춤형 반응은 무얼까.




소식에 놀랐어도, 애틋함도 짠한 마음도 표현할 수 없다. 대신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에 마음을 담았다. 십수 년째 요리 초보지만 이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첫날은 최애 메뉴인 닭발볶음, 주먹밥, 계란찜 조합. 다음 날은 우삼겹 구이와 청경채 볶음. 오늘 아침은 짭조름한 멸치와 참기름을 듬뿍 넣은 주먹밥. 함박웃음을 지으며 소담스레 먹는다. 엄지 따봉을 연신 날리며 "엄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라고 외치는 너.


행복만 하면 되지 왜 우울하냐고, 왜 슬프냐는 말이 목에 맴돈다. 내가 볼 수 없는 너의 마음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는 걸까.


"근데 엄마 주말에 왜 이렇게 맛있는 거 잔뜩 해줘?"

"사는 게 별 거 있나~ 좋아하는 사람이랑 맛있는 거 먹는 게 행복이니까!"


쿨한 척 대답했다. 우리 딸 마음이 조금 덜 아프고, 덜 외로웠으면 좋겠어서.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게 이거뿐이라는 말 대신에...


아이는 유독 학기 초에 배나 머리가 아파 힘들어했다. 남편은 학교가 가기 싫은 꾀병이라고, 내가 다 받아주니 애가 약해지는 거라 했다. 급한 마음에 찾아본 영상에서는 이런 통증은 청소년 우울증의 증상일 수 있었다. 청소년기 아이들이 마음의 아픔을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하지 못하니, 다른 방식으로 분출되는 것. 흔히 말하는 꾀병과는 다른, 무의식에 영향을 주고, 실제로 아픈 증상. 혹시 다그치고 얼러서 등교시켰던 그날, 정말로 아팠던 건 아닐까?




강아지처럼 발에 묻은 진흙을 털어내고, 엉덩이를 닦아주고, 빨개진 피부에는 연고를 발라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눈에 보이는 상처라면 호호 불고, 밴드를 붙이고, 꼭 감싸 쥐어 줄 텐데... 아이가 품고 있는 상처는 마음 깊이 꽁꽁 감추어져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과 싸워는 듯한 무력감이 짓누른다.


마치 고도의 스파이전처럼, 드릴지도 보이지도 않는 감정을 추측하고 쫓아가는 게 T엄마에게는 버겁지만, 괜찮아. 그건 엄마 몫이니까. 당연히 엄마가 해야 하는 거니까. 너는 그저 마음속 생채기만 잘 추스르면 돼.


여전히, 단순한 검사 오류였으면, 혹은 관심을 바란 영악한 장난이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그저 가벼운 해프닝이기를... 잠시 놀랐지만 학교 검사는 보수적으로 하는 게 좋은 거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아이들 일인데. 그저 잠시 소나기처럼 지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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