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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습도 80%의 위력

by 삐아노 Jan 22. 2025

파나마는 무지하게 습도가 높은 나라다.

우기 때물론이거니와 (거의 매일 비 옴)

건기에도 비가 상당히 많이 내린다.



구글에 검색하면 평균 습도가 80% 정도 된다고 한다.



우리 집은 해안가 옆이라 그런지

제습기를 틀면 높은 확률로 88%-90% 정도의 숫자가 뜬다.

누구는 목욕탕에서 사는 거 아니냐고 농담하던데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습도에 좀 둔감한 편이지만, 민감한 분들은 침대에 누울 때면 물에 젖은 이불에 감기는 기분이 든다고 할 정도다.



과한 습도에 엄청나게 더운 기온이 더해진다.

딱 우리나라 장마철, 열대야를 생각하면 된다.

이때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불쾌지수? 찝찝한 땀?

그런 것도 물론 존재해서 날 괴롭게 하나



곰. 팡. 이



가 최대의 주적이다.



곰팡이가 정-말 빠르게 번식해 댄다.

작년 초 한창 미디작업을 하느라 서재에 블라인드를 친 채로 몇 달을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프린터 밑 받침대를 보니 푸르른 뭔가가 동그랗게 퍼져있는 것이다.

어? 저게 뭐지?



브런치 글 이미지 1


자세히 확인해 보니 그것은 곰팡이었다.

하얀색 나무 받침대를 모조리 푸르뎅뎅하게 만들어버렸다.

놀라서 블라인드를 걷고 보니 모든 벽, 바닥에 곰팡이가 번져 있는 것이 아닌가!!!


브런치 글 이미지 2


나는 그간 곰팡이 방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하.. 그때의 참담함이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나는 오염에 대한 결벽증이 다소 있는 편인데(남편에 의하면)

원효대사 해골물의 깨달음을 얻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일요일 오전.

늘 그렇듯 집안일을 하던 중, 새하얀 먼지가 살포시 내려앉은 침대 옆 선반이 눈에 들어왔다.

이 탁자는 두잇센터에서 한 30불가량에 구입한 것으로 내가 직접 조립한 저렴이 가구였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그 위에는 항상 핸드폰을 놓고 지내고 있었으며 침대에 누워있는 나와 가장 가까운 존재였다.



'쓰윽-

위에는 깨끗하네.

밑에 먼지만 좀 쌓였네.' 생각하며 윗 선반 아랫면을 닦자.


"!? 아니 너는!??"




그때 만난 그 푸른곰팡이 자식이었다.


뽀얗게 내려앉은 건 귀여운 흰 먼지가 아니라

죄다 징그러운 곰팡이었던 것이다!

위만 깨끗하고 밑 판, 아래, 또 아래 판, 기둥 모조리 다 곰팡이 밭이었다.


스페인어 책도 놨었고 안대라든지 각종 잡동사니가 놓여있었는데 책 빼고 죄다 버렸다.



초록색이 되어버린 걸레를 내려다보았다.

아...  가구는 버리자.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구나.

나는 그동안 여기에 핸드폰을 두고 비비적거리면서 깔끔하다고 생각했다니...



충격을 먹고 돌아서는 순간 화장대 옆 미니 화장대를 보자마자 소름이 끼쳤다.

아니 왜 그동안은 보이질 않았던 건지.


그 화장대 역시 푸른곰팡이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서랍을 열자 꿉꿉하고 불쾌한 곰팡내가 물씬 풍겼다.



그 안에는 한국에서 바리바리 싸 온 화장품들이 가득했다.

모조리 꺼내어 박스를 버리고 세척을 하고

미니 화장대는 아까 그 선반과 같이 버렸다.



이유를 알고 보니, 둘 다 무척 저렴한 가구여 코팅이 안되어 있었던 것이다.

코팅이 안된 부분 전체에 곰팡이가 피어올랐던 것!



코팅이 안된 화장대 다리에도 곰팡이가 번져있었다.

이 사건이 경종을 울려 그 후로 절대 코팅 안된 가구는 구입하지 않으며,

블라인드를 치고 있지 않으며,

제습기를 세 대나 샀다.

게다가 옷장이며 어디며 할 것 없이 실리카겔을 마구 던져 넣었다.



곰팡이 하면 화장실과 에어컨을 빼놓을 수가 없다.



파나마의 집구조는 이상하다.

방 하나에 무조건 화장실이 딸려있다.

방 화장실들, 거실에 있는 손님 화장실, 일하는 사람 방 화장실까지.

화장실만 6개. 6개의 화장실을 혼자서 어떻게 매번 청소할 수 있겠는가?

하나만 빼고 모조리 봉인해 놨다.

365일 문은 닫혀있지 습도는 높지... 안에 펼쳐진 처참한 상황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에어컨은 필터 청소할 때

그 참혹한 몰골에 쇼크를 받았는데

지금 혹시 식사 중이시라면

빠르게 스크롤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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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틀지않고 선풍기로 지내고 있다. 오른쪽은 눈 정화용 사진.

















습도가 높으니 벌레도 꼬인다.

그 악명 높은 먼지다듬이.

벌레 이야기도 할 말이 많으니 다른 챕터에서 자세히 하기로 하고-






오늘 이 글을 쓰기 직전에

제습기 설명서를 찾으려고 각종 매뉴얼 종이를 넣어둔 서랍을 열었는데

다시금 악몽 같은 냄새가 풍겨왔다.





아아

버릴 가구가 하나 더 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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