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할 게 너무 많아서 오늘은 청소를 4시간 정도 했고 어제와 엊그제는 각각 10시간 정도 했다.'
'집에 세탁기, 가스레인지가 안 돼서 빨래도 요리도 못하는지라 너무 불편하다.'
'오늘은 옷장을 일일이 닦고 알코올솜으로 소독하는데 모든 면을 다 닦아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이거 닦는데만 4시간 걸림'
'문제는 제일 큰 옷장이 하나 더 남았다. 끔찍.'
'더러운 옷장 닦는 거 곰팡이 닦는 것만큼 싫다.'
'파나마에는 약속시간이라는 게 없는 듯하다. 어제오늘은 오븐이 오고 오늘은 박스를 치워준다고 해서 약속도 취소하고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데 안 옴.'
(참고로 파나마는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 이는 라틴 국가에서 다 비슷하게 통용되는 문화 같은데 2시에 약속했을 때 2시에 오는 경우는 99% 없다. 아예 아무런 연락 없이 오지 않는 경우도 많음.)
'세탁서비스는 엉망이고 지지리 비싸다.'
6만원짜리 세탁퀄리티
'설치기사가 10시에 온대서 기다리는데 오긴 개뿔'
'화장실 막힌 거 뚫는데 진짜 울뻔했다. 더티한 물이..(독자분들의 비위를 위해 생략)'
'4시 반부터 밤 10시까지 계속 집안일했다.'
한 번은 너무 피곤해서 쓰러져서 초인종 소리를 못 들어
남편이 부동산중개자 집까지 가서 열쇠를 받아온 적이 있었다.
그때 쓴 일기는-
'어라?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내가 이 시간에 일어난 것도 쇼킹했고 남편 밖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미안하고 집 치우는 것도 너무 힘들고 강제백수로 사는 것도 싫고 파나마 도착하자마자 쉼 없이 매일 청소하는 청소부 된 거 같고 내일도 할게 넘쳐나고 아날로그적이 이 나라도 싫고 말도 안 통해서...(중략)'
하하.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 일기의 일부분만으로도 당시 상황을 짐작하기엔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이삿짐 정리할 건 어찌나 많던지.
사진만 봐도 답답-해지지 않는가?
거기에다 집 벽에서는 물이 새서 결국 벽을 부수고 파이프 공사도 했더랬다.
파이프 공사 하는 옆에서 마냥 놀고 있기에는 뻘쭘하여
두잇센터에서 주문한
책상이랑 가구를 조립하곤 했었다.
말 하나 안 통했는데 기술사분이 드릴도 빌려주셨다.
장도 보고
냉장고를 설치하고 닦고- 요리도 시작했다.
뿌듯!
더운 부엌에서 서서 마늘과 생강을 까는데 생강으로 화상을 입을 수도 있구나를 처음 알았다.
요리 지옥은 나중에 다른 챕터에서 상세히 다루어 볼 테지만-
여기 계신 한국분들은 죄다 장보기, 요리하기 지옥을 강제 체험 중이시다.
한 분은 부엌에서 몇 시간 동안 서서 요리를 하는데 발이 너무 아파서 엉엉 울었다고..
참, 그리고 걱정하던 피아노는...
훼손되어 왔다! ㅡㅡ
가장 큰 훼손 부분
위 사진 외에도 상처 입은 곳들이 많았다.
한국에서인지 여기서 훼손된 건지는 도통 알 수가 없지만
해외 이사하면 손상을 입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건가-
이거 발견했을 때 며칠 동안 속상했다.
피아노 공식 센터 몇 군데에 전화해서
가장 저렴한 곳(제일 비싼 곳은 500을 불렀다. 네?)에 견적을 받았는데,
견적서에는 수리비+운반비 이렇게 두 항목으로 적혀있었다.
피아노를 입고하여 수리 후 출고해야 한단다.
그래서 이사 회사에 제출하였더니
수리비는 줄 수 있지만 운반비는 줄 수 없다는 게 이해가 가질 않았다.
(아니 도색을 집에서 하나요???)
이사 회사에 대해 다른 불만은 없었으나
이 피아노 보상만큼은 글쎄-
보상 안 받고 피아노 안 다치는 게 훠---------얼씬 비교도 안 되게 낫다. 참고로 피아노 설치비용 및 조율비는... 자그마치 $350이었다. (지금 환율로 51만 원대!)
이외에도 핸드폰 개통, 인터넷 설치, 자잘한 집수리 및 교체 등으로 정신없이 하루가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