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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에서 장보기는 너무 피곤해

by 삐아노 Jan 29. 2025

01. 피곤한 장보기


해외에서 살면 일반마트 외에 한국 제품을 파는 아시안 마트를 따로 가야 한다.

파나마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조금 더 까다롭다.

이유인즉슨 생필품, 고기, 신선식품, 한국재료를 다 따로따로 구매해야 하기 때문.



이 가게에서는 고기가 좋은 대신 생필품이 비싸고 저 마트에서는 공산품은 괜찮은데 과일 질이 안 좋고

저 상점은 과일, 채소가 가격과 신선도가 좋지만

가려면 왕복 20-30분에 고속도로 요금이 붙고 등등 이런 식이다.



나의 경우, 생필품은 merk app(온라인 전용 슈퍼), superxtra(대중적인 마트) 등 온라인에서 사는 편이고 과일, 채소는 costa del este의 casa de jamon(스페인 식료품점)이라는 곳과 super 99(큰 마트)에서 구입한다.



고기 사러는 kosher(유대인 마트), super 99, riba smith(미국 마트. 삼겹살을 팜!)로 가고, 한국 및 일본 등 아시아 재료는 주로 아리수(한인마트), 하와이(중국마트), 미니막스(중국마트)에서 구매한다.


온라인으로 장본 것들
유대인 마트 kosher. 엔뜨라냐가 유명하다.
왼: 스페인 식료품점인 casa de jamon. 하몽 종류가 많다.                   오: 미국 제품이 많은 riba smith. 비싼 편.


그리고 강아지 배변패드나 휴지 등 대용량 제품은 한국의 코스트코 같은 pricesmart에서 다.


파나마의 코스트코 pricesmart. 회원카드가 필요하다.



또 그릇이나 반찬통, 수건, 담요, 깔개, 국자, 프라이팬 등 주방 및 생활용품은 conway, titan(저렴한 생필품 파는 곳), aliss(콘웨이보다는 조금 비싸다) 에서 찾을 수 있고 각종 공구, 전기 제품, 가전 등은 do it center와 novey를 가야 한다.


저렴이 양대산맥. 미국의 타겟 같은 곳이다.



작은 마켓 foodie도 종종 가는데 채소, 과일, 계란 값이  다른 곳의 2~4배라서 왠만하면 공산품 위주로 구매한다.

(토마토 5개에 $6, 계란 12알에 $5 이라니!)


푸디 2층. 푸디에 한국 과자,라면, 만두가 많다.



각각 마트마다 주력 상품이 달라서 반드시 여러 군데를 가야 한다. 여기저기 차를 끌고 가서 무거운 물건들을 이고 지고 오다 보면 어깨와 팔 안쪽에 붉은 자국이 생기는데, 며칠 동안 안 없어진다.



그래도 생필품은 온라인에서 주문할 수 있으니 편하지 않을까 싶지만 - 내 주위에 계신 대부분의 한국분들은 온라인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가서 산다.




왜냐? 스트레스를 어마무시하게 받기 때문에!!





02. 살 때는 10초, 환불은 한 달!


파나마에서 온라인으로 장 볼 때 스트레스 요인이 세 가지 있다.


1번. 언제 올 줄 모른다. 밤 10시가 되어서야 온 적도 있다.

2번. 직원이 올려다 주면 문 열어서 받고 팁 줘야 된다. '문 앞에 놓고 가주세요'가 안된다.

3번. 물건이 맞게 오는 게 기적이다.




이 중에 가장 스트레스는 단언 3번이다.



merkapp이라는 온라인 전용 슈퍼가 있는데, 다른 마트와는 다르게 왓츠앱으로 언제 도착할 건지 메시지를 남겨준다. 이게 너무 좋다.

다른 마트는 내내 집에 콕 박혀서 언제 올지 오매불망 기다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시켰는데,

6번 주문 중 6번 모두 다 실수를 했다.



한두 번은 사람이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연거푸 실수를 하니 '도대체 어떻게 일하길래 이 쉬운 주문을 실수하지......?? 놀면서 대충 일하는 건가?'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파나마인들은 일할 때 이어폰을 꽂고 일하거나 직원들과 수다를 떠는 등 퍽 자유로운 분위기다. 손님이 앞에 있건 말건 그들의 집중 대상은 옆 직원과의 수다이다.(정부 기관도 마찬가지)

집중을 잘 안 해서 그런지 실수가 잦은 편이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그런 분위기이다.



, 만약 물건이 또 잘못 왔다. 그럼 연락을 해야 한다.



merkapp의 경우 아주 다행히도 왓츠앱으로 연락이 가능하지만, 없는 곳은 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해야 하는데 전화는 불가능하니 메일을 쓴다. 그러나 메일은 답장이 굉장히 느리다.(답장을 안 보내는 경우도 부지기수)


너무 자주 있는 일. 실수가 너무 잦아서 이제는 가급적으로 물건 수량을 통일하곤 한다.





한 번은 4월 5일에 내가 주문한 물품이 아닌 다른 게 와서 곧바로 연락을 했다.

환불을 해주겠다더니 감감무소식이다.

연락만 4-5번 했다. 계속 확인해보겠다는 답장만 보내다가 결국 본인들이 안한 이유는 나보고 계좌를 안 줘서 그렇단다.

분명 나는 맨 처음에 분명 환불 과정이 어떻게 되냐, 내가 뭘 알려주면 될지에 대해 물어봤다!



오리발이 사람을 더 화나게 한다.



값이 싼 물품이었기에 그냥 포기할까 잠시 생각했으나 오기가 생겨서 끝까지 받아내기로 했다.



여러 번 연락 후 4월 22일에 겨우 환불을 받았다.

그것도 세금 뺀 물건 가격만...ㅎㅎ(이미 세금 포함 결제를 했다.)



 




그런데 웬일로 5불 할인쿠폰을 준다고 해서 그냥 넘어갔다.

근데 이 코드마저도 잘못 줬다.



L을 빼먹고 줌




do it center는 각종 가구, 전자제품, 도구, 공구들을 파는 체인점인데 전 지역에 고루 분포되어 있는 굉장히 큰 기업이다.



몇 번 주문했을 때 곧잘 오는 편이었어서 30개들이 클로록스를 30개 샀는데, 15개들이 클로록스 30개가 왔다.



고객센터에 반품을 신청하고 잘 포장한 다음 이틀 후 내려가서 물건을 전달해 준 뒤로 새 제품이 올 기미가 없었다. 항상 언제 올지 모르기에(언질 없이 당일날 아무 시간에 온다.) 혹여나 내가 벨소리를 못 들을까 봐 며칠간 아침잠도 설쳤다.



그러나 감감무소식이다. 고객센터에 연락을 아홉 번이나 했다.

어찌나 스트레스받던지.

결국 한 달 만에 환불받았다. 

   


분노의 다다다


제품 걸쇠도 오지 않아 이고 지고 직접 교환하러 간 일도 있고. (걸쇠 껴주면 30초 만에 끝날 일을 1시간 이상 걸림)






재작년 12월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여행을 가서 집에 없으니 물건을 보내지 말아 달라고 고객센터에 연락해서 부탁했고 분명 '알겠습니다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파나마답게 어김없이 물건이 왔다.

그것도 물건 하나가 누락된 채.

그것 때문에 또 연락하고 메일만 몇 번이나 쓰고 난리 쳤는지.






그런데 그 물건이 언제 왔는 줄 아는가?




다음 해 4월에 왔다.




왼쪽은 걸쇠 문제, 오른쪽은 누락 건






그래서 물건이 맞게 오면

기뻐서 춤춘다.



남편과의 대화





직원들이 올려다 주는 것도 심히 부담스럽다.

엘리베이터에서 남편이랑 내가 장본 것들을 낑낑대며 싣자, 그 모습을 본 다른 입주민이 여기 사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니 1층에서 직원한테 올려달라고 하면 된다고 해서 내가 팁 주기가 부담스러워서 우리가 가져가는 거라고 했다.

그랬더니 팁 안 줘도 된다고 관리비에 다 포함되어 있다고 말해줬다.



그. 러. 나


안 주기엔 너-무 불편하다!


그렇다고 막 주기엔 요새 달러가 너무 올라서 비싸게 느껴진다. 1층에서 집까지 물건 올려다 주는 것만으로 최소 1450원-2900원을 주는 건..... 너무 비싸다!!!


그리고 팁도 팁이지만 '문 앞에 놓고 가주세요'라는 말이 디폴트로 쓰여있는 한국인들에게 매번 문 열어주고받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 온라인으로 물건을 안 시키려고 한다. 물건이 무거워도 그냥 들고 오는 이유는 그 후처리가 대단히 복잡스럽고 스트레스받으니까 그렇다.

 




03. 불친절한 상품 설명서


우리나라는 한 가지 제품에도 크기, 품목, 내용, 세부 사진, 이용 방법 등 엄청나게 상세한 상품 페이지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꿀'을 판매한다고 하면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산했고 포장했으며 유통기한은 언제까지고 어떻게 섭취하는 것이 좋은지, 주의할 점, 보관방법 등 아주 섬세한 설명을 곁들여 판매한다.



가구는 또 어떤가? 정확한 치수와 재질에 대한 설명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제품이 가진 강점을 보여주는 디테일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는가? 멋진 인테리어 예시 사진도 곁들여있어서 소비자로 하여금 유용한 팁을 얻을 수 있게 한다.



게다가 이런 설명에 구매자들의 열렬한 후기와 Q&A가 몹시도 빵빵하지 않은가. 판매자의 신속한 응대는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아마존도 굉장히 구체적으로 잘 되어있다.

  


자, 파나마는 그런 거 없다.



보통은 사진이 한 두장 띡- 있는 게 다다.

사진 보고 대충 짐작해서 구매해야 한다.

식료품에는 성분표 이런 거 일절 없고 그냥 이름과 사진뿐이다. 유통기한만 잘 오길 바랄 뿐이다.



가구는 치수와 재질만 쓰여있다.

후기? 그런 거 없다! (do it center에는 가뭄에 콩 나듯 있음)




가끔 사진이 여러 장 있는 제품이 있으면 감격스럽다.

식료품에 대한 설명은 진짜 아무것도 없다. 오른편에 쓰여있는 건 자기네 마트에서 사라는 상투적인 글귀뿐.




가구는 그래도 친절한 편이다. 감격스러운 사진 개수.












이렇다 보니- 파나마에서의 쇼핑은 즐겁지 않다.



다른 챕터에서 이야기하겠지만 파나마는 제조업이 발달하지 않아서 내수품이 거의 없다.

죄다 수입이기에 물건도 비싸고 물건 종류도 굉장히 없고 품질도 별로다.

Made in China 제품을 Made in USA 가격으로 산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쇼핑 환경이라 집 곳간에서

생필품이 떨어지려고 하는 순간 스트레스받는다.



휴지가 10 롤 정도 남았다.

초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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