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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의 여름 텃밭은

옛 시절 여름 밥상을 그리며

by 나목


밴쿠버의 여름 텃밭은


임현숙



친구네 여름 텃밭에 초록 물이 여물었다

은근한 볕이 빚은 햇술 풋내 마을을 서성거리고

솜털 가시 옷 입은 호박잎 울타리는

푸성귀 밭의 파수꾼


오가는 눈길 머무는 한낮 정경이 푸짐하다


볕에 그슬린 곱슬이 상추

햇술에 만취해 벌러덩 누운 부추

큼직한 *슈룹 들고 선 머윗대

그물처럼 엉긴 참나물 수풀엔

바람이 걸려 웅웅거리는

친구네 풀잎 밥상


외갓집 평상에서 고추 상추쌈 싸 먹던

푸름의 여름

찰옥수수 냄새 군침 삼키던

그날 눈앞에 있다


친구네 여름 텃밭은

알싸한 입맛이 농익어 가고

두고 온 것들을 불러내는

구수한 외할머니 밥상


물밀듯 차오르는

풀빛 고향이다.


-림(20240707)


*슈룹: 우산의 순우리말



https://www.youtube.com/watch?v=Dv_pTlLgio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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