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사는 이를 위하여
입춘이라네
임현숙
저기 배나무 마지막 잎새는
여태 지난여름 빛인데
아이고나
입춘이란다
맹랑한 코비드 해일에도
세월은 씩씩하게 제 할 일하네
나이 탓일까
아니
시절 탓일까
이 적막한 밤 그만 꿈길을 잃었네
어려서처럼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천 마리를 세며 이불과 씨름하다
설핏 꿈길에 접어드는데
처지는 눈꺼풀과 어깨를 얄밉게 툭 치는
먼동의 붉은 손바닥
제 아무리 코비드 파고가 높아도
진달래 개나리 산야를 수놓을 텐데
다시 만난 봄날
큰 하품 진군 나팔처럼 불며 일어나야 하겠네
언 땅 열고 피어나는 복수초처럼
몇 겁을 살아도 죽지 않는 세월처럼
도도히
오늘 또 오늘
매일이 입춘이라네.
-림(20210203)
2021.03.05 중앙일보 게재, 2023년 제8호 밴쿠버문학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