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목 Feb 09. 2024

입춘이라네

겨울에 사는 이를 위하여


입춘이라네


임현숙


 


저기 배나무 마지막 잎새는

여태 지난여름 빛인데

아이고나

입춘이란다

맹랑한 코비드 해일에도

세월은 씩씩하게 제 할 일하네

 

나이 탓일까

아니

시절 탓일까

이 적막한 밤 그만 꿈길을 잃었네

 

어려서처럼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천 마리를 세며 이불과 씨름하다

설핏 꿈길에 접어드는데

처지는 눈꺼풀과 어깨를 얄밉게 툭 치는

먼동의 붉은 손바닥


제 아무리 코비드 파고가 높아도

진달래 개나리 산야를 수놓을 텐데

다시 만난 봄날

큰 하품 진군 나팔처럼 불며 일어나야 하겠네

언 땅 열고 피어나는 복수초처럼

몇 겁을 살아도 죽지 않는 세월처럼

도도히


오늘 또 오늘

매일이 입춘이라네.

 
 

-림(20210203)  

2021.03.05 중앙일보 게재, 2023년 제8호 밴쿠버문학 수록

이전 10화 밴쿠버의 여름 텃밭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