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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 Jul 26. 2024

밴쿠버의 여름 텃밭은

옛 시절 여름 밥상을 그리며


밴쿠버의 여름 텃밭은  


임현숙



친구네 여름 텃밭에 초록 물이 여물었다  

은근한 볕이 빚은 햇술 풋내 마을을 서성거리고

솜털 가시 옷 입은 호박잎 울타리는

푸성귀 밭의 파수꾼 


오가는 눈길 머무는 한낮 정경이 푸짐하다  


볕에 그슬린 곱슬이 상추

햇술에 만취해 벌러덩 누운 부추

큼직한 *슈룹 들고 선 머윗대    

그물처럼 엉긴 참나물 수풀엔

바람이 걸려 웅웅거리는

친구네 풀잎 밥상 


외갓집 평상에서 고추 상추쌈 싸 먹던

푸름의 여름

찰옥수수 냄새 군침 삼키던

그날 눈앞에 있다 


친구네 여름 텃밭은

알싸한 입맛이 농익어 가고

두고 온 것들을 불러내는

구수한 외할머니 밥상 


물밀듯 차오르는

풀빛 고향이다.  


-림(20240707) 


*슈룹: 우산의 순우리말



https://www.youtube.com/watch?v=Dv_pTlLgio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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