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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 Feb 09. 2024

입춘이라네

겨울에 사는 이를 위하여


입춘이라네


임현숙


 


저기 배나무 마지막 잎새는

여태 지난여름 빛인데

아이고나

입춘이란다

맹랑한 코비드 해일에도

세월은 씩씩하게 제 할 일하네

 

나이 탓일까

아니

시절 탓일까

이 적막한 밤 그만 꿈길을 잃었네

 

어려서처럼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천 마리를 세며 이불과 씨름하다

설핏 꿈길에 접어드는데

처지는 눈꺼풀과 어깨를 얄밉게 툭 치는

먼동의 붉은 손바닥


제 아무리 코비드 파고가 높아도

진달래 개나리 산야를 수놓을 텐데

다시 만난 봄날

큰 하품 진군 나팔처럼 불며 일어나야 하겠네

언 땅 열고 피어나는 복수초처럼

몇 겁을 살아도 죽지 않는 세월처럼

도도히


오늘 또 오늘

매일이 입춘이라네.

 
 

-림(20210203)  

2021.03.05 중앙일보 게재, 2023년 제8호 밴쿠버문학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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