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단지 사람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사람이 있어도 외롭고, 사랑을 받고 있어도 외롭고, 누군가의 품 안에 안겨 있어도
깊은 구멍 하나가 마음에 뚫려 있는 것처럼 서늘한 바람이 스며들곤 한다.
우리는 종종 이 외로움을 피하려 한다. 새로운 관계를 찾고, 바쁘게 일정을 채우고, 때론 갑작스러운 쇼핑이나 감정 없는 만남으로 그 ‘텅 빈 무엇’을 메우려 애쓴다. 하지만 그렇게 채워지는 건 잠시뿐.
금세 더 공허해지고, 더 외로워진다.
외로움은 도망쳐서 사라지는 게 아니다.
외로움은 ‘살아내야’ 사라지는 것이다.
외로움을 살아낸다는 것은
그 감정과 정면으로 마주해 주는 일이다.
“그래, 나 지금 외로워.”
“누구에게도 의지하고 싶지 않지만, 아무도 없는 게 두려워.”
이렇게 내 마음속 감정을
판단 없이, 밀어내지 않고, 그대로 앉혀두는 일이다.
우리는 외로움과 함께 있어본 적이 많지 않다.
늘 누군가가 있어야 괜찮고,
늘 어떤 일이 있어야 의미 있고,
늘 바빠야만 ‘잘 살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외로움은,
우리에게 삶의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준다.
“나는 혼자일 때도 온전한 사람인가?”
이 질문에 고요히 머물면 처음엔 불안하고 막막하지만 조금씩, 내 안의 숨결이 들리기 시작한다.
내 목소리, 내 감정, 그리고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떠나 있었는지’를 알아차리게 된다.
외로움을 살아내는 건
스스로를 향해 돌아가는 일이다.
좋은 음악을 들으며, 아무 일 없는 오후를 견뎌보는 일.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일기장을 꺼내
마음의 구석구석을 적어보는 일. 거울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눈을 맞추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외로움이 결핍이 아닌 ‘통과의식’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일.
그건 내가 진짜 나를 만나는 통로이고,
나의 사랑이 세상의 사랑에 의존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걸 배우는 통과의 문이다.
누구나 외롭다.
하지만 모두가 외로움을 살아내는 법을 아는 건 아니다.
외로움을 살아낸 사람은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다. 누군가를 잃었을 때 무너지지 않고, 아무도 없을 때조차 삶을 지켜낼 수 있다. 외로움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그건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더 넓은 자아로 확장되려는 신호다.
그리고 잊지 말자.
외로움을 살아내는 그 순간,
나는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