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행 밤비행기를 앞두고 아시아나 항공 라운지에서 가만히 비행기를 바라본다.
뉴욕까지 무려 15시간
아빠는 늘 나에게 비행기는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라 말하셨다. 그 말은 어떤 상황에서든 나를 안심시켰다.
어쩌면 아빠의 손길이 들어간 비행기에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마주한다.
아빠는 평생 비행기 만드는 일을 하고 계시다. 비행기 안에 들어가는 다양한 부품들을 만들어서 공급하는 사업을 하신다.
그 부품들은 국내항공사와 외항사, 전투기, 우주발사체, 인공위성 등에 들어간다.
어릴 땐, 커다란 도면을 읽는 아빠가 신기했고 일을 하고 있는 뒷아빠의 모습이 생각난다.
비행기는 사람의 손이 모든 곳에 들어간다.
비행기가 만들어 지는과정부터 조정하는 파일럿, 안전한 비행을 위해 애써주는 승무원까지 모두 사람이다.
아빠는 손재주도 사업 수완도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항상 대단하다고 느낀다.
아빠가 만든 부품들은 KAI(한국항공우주)라는 곳에서 조립하여 비행기로 태어난다.
비행기는 살아있다. 날고, 움직이며 이 세상 어디든지 간다. 그래서 비행기는 태어나는거다.
어릴 적 KAI에 가서 비행기들을 보았던 기억들이 있다.
공중에서의 15시간은 답답하다. 그리고 그 시간들은 진짜 흐르는 시간인지 궁금하다.
시간이 흐르는 만큼 비행기도 움직이고 있기에 시간은 실제 흐르지 않은게 아닐까?
뉴욕에 도착하면 한국에서의 출발했던 날짜와 같다.
나는 2024년 1월 1일에 출발했지만 뉴욕에서 한번 더 1월 1일 새해를 맞았다.
새해를 48시간 사는 느낌은 신기하다. 다른 날 보다 1월 1일은 특별하기 때문이겠지.
7월의 여름 뉴욕도 나에게 공중에서의 없어지는 시간들은 보내주었다.
비행기에서 시간은 멈추는 걸까? 흘러가는 걸까?
그러면 나의 15시간은 어디로 간 걸까?
가끔 그런 생각들에 잠긴다.
밤행기는 예쁘다. 출발할 때도 밤이라 비행기에서도 잘 자고 도착해서도 밤이라 바로 잔다.
시차적응에 더 유리하다 느낀다.
터블런스를 겪거나 이착륙 시 기체가 흔들리면 심장이 무척 뛴다. 혹은 하늘은 나는 작은 새가 부딪히면 어쩌지? 하며 이상한 상상들도 해본다.
내 옆자리엔 바이올린, 첼로 등의 악기와 함께 탄 여자아이들이 보인다. 악기를 자신보다 소중히 여기며 확인하는 모습들이 귀여웠다. 아마도 뉴욕에 초청받거나, 합동 공연을 하는 것 같다. 그들의 공연을 우연히 라도 보게 되면 괜시리 반가울것 같다.
비행기에서 내내 Past Lives라는 영화를 보았다. 뉴욕에 이민 간 여성의 성장이야기이자 사랑이야기이다.
너무 큰 감명을 받았다. 뉴욕의 브루클린 배경들도 예뻤지만 전생, 인연 같은 지극히 한국적인 이야기 전개로 와닿았다. 긴긴 비행동안 사람 간의 인연에 대해 고뇌하며 뉴욕에 도착했다.
나를 고뇌에 빠지게 한 영화 속 대사는 다음과 같다.
한국어에는 이런 단어가 있어.
“인연”
섭리나 운명을 뜻하는 건데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거야. 불교나 윤회사상에서 온 개념 같아.
전혀 모르는 사람 둘이 길을 걷다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해.
전생에 관계가 있었다는 뜻이거든
그 둘이 결혼을 하면 8천겹의 인연이 쌓인 거라고 말해.
자그마치 8천번의 삶동안..
그말을 믿어?
인연?
인연이란게 있을까요? 8천겹의 인연이란건 서로에게 갚을게 있는 사람들이래요. 그래서 많은 부부의 인연들이 힘들기도 아프기도 한가봅니다.
하지만 그거 아세요?
부모와의 인연은 9천겹의 인연이며 스승과 제자의 인연은 1만겹의 인연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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