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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C~뭐 이래?

#03. 맛을 이해하다.

by 이별난 Feb 06. 2024

트라우마 극복


3. 맛

술의 맛은 달달하다가 씁쓸하다가 참 변덕스럽다. 몸의 상태,  삶의 상태, 날씨의 상태 등 많은 것들에 영향을 받기도 하는 것 같다. 아버지가 먹던 술의 맛을 조금 이해하기까지, 그를 사랑하까지 오래 걸렸다. 작아만 보였던 그의 열차가 지금 와서야 거대해 보인다.


날씨

C~뭐 이래?

날씨는 변한다.


      •°º°º○•°º°º○•°ºC  L O U D 

    [  ] 

┏●어제: 먹구름을 동반한 열차가 온다.

┃              비가 오고 천둥, 번개가 치고 눈보라가 친다.

┠○오늘: 언제 그랬냐는 듯이 먹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              고요해진다.

┠●내일: 하늘은 금세 검은색으로 물든다.

              열차는 어김없이 이 땅에 온다.

┗○모레: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은 땅은 다음날 또 젖을

                   준비를 한다.        

                   ◐-----◐-----◐----◐-----◐----◐

┬┬┬┬┬┬┬┬┬┬┬┬┬┬┬┬┬┬┬┬┬┬┬┬┬┬


무한반복이 끝나질 않는다. 난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을 작은 점이 되어 숨을 곳을 찾아 회피한다.


   Cloud: black

먹구름이 드리우다.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린다.


날씨예측이 이렇게 쉬웠단 말인가. 가족이 겪을 날씨에 있어서만큼 내가 하는 예측은 99% 정확하다. 많은 나날들 아버지는 퇴근하실 때 먹구름을 몰고 왔다. 그날 형은 천둥이 되어 소리를 치고 어머니는 비가 되어 눈물을 흘린다. 나도 터질듯한 감정에 천둥이 되려 한다. 하지만 형은 너까지 그러면 안 된다고 하지 말라 한다. 사라지지 않는  감정들은 조금도 흩뿌려지지 못한 채 내 안에 고스란히 응축되기 시작했다.

먹구름이 짙어지다.

T.T 번개가 치고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가끔 아버지의 먹구름이 더욱더 짙어질 때가 있다. 그날은 날씨가 매우 거세진다. 천둥같이 소리만 치던 형은 번개(Thunderbolt)까지 동반한다. 문짝에 쾅! 벽에 쾅! 식탁에 쾅! 집엔 그 번개 자국이 즐비하다. 가끔 콘크리트벽을 쳐서 주먹에 빨간 피가 흐른다. 비처럼 눈물(Tears)을 흘리던 어머니는 눈보라가 되어 눈에 보라색 멍이 든다. 난 한 방에 모든 걸 파괴하려는 듯 감정의 응축을 계속한다. 아무도 모르게 작은 점(.)이 되어 숨을 곳을 찾는다. 우리 가족에게 그런 날의 날씨는 [T. T]였다.


먹구름이 걷히다.

새로운 먹구름이 생성되고 응축된 에너지가 터지다.


아버지의 위암판정 가족의 날씨에 큰 변화를 주었다. 술을 끊게 되셨다. 계속될 것만 같던 먹구름이 그날 걷힌 줄 알았다. 그러나 먹구름은 새롭게 형성되었다. 인생에서 누구나 맞이할 수 있는-온 세상을 칠흑 같게 만드는- 먹구름이 나에게도 다가왔다. 적어도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이런 먹구름을 안 만난 사람은 없었다.  소용돌이치며 있던 감정들은 그 먹구름을 만나 터져 나오더니 허리케인이 되어 많은 것을 파괴했다. 그리고 많은  소진한 허리케인은 자체 소멸되려 하였다. 나약한 난 그 먹구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다. 아버지를 먹구름이라 봤듯 나도 내가 먹구름으로 보였고 그렇게 아버지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이 엄청난 착각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가 먹구름이 아니었다는 걸 느끼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그를 찾고 술을 찾다.


술을 거의 안 마시던 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아버지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선택하고 나아가셨을까? 질문을 던지고 또 던졌다. 그러나 그의 대답을 들을 수가 없었다. 내가 힘들 때가 와서야 아버지를 처음으로 그리워했다. 난 돌아가신 지 10년이 지나서야 산소를 홀로 찾았다.  


Cloud: white

하얀 구름은 먹구름을 짊어지고 검게 물들었다.


술을 똥으로 생각하며 지낸 적이 있던 나는 아버지를 안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힘들어 술을 먹을 때 그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고작 술을 안 먹는 걸로 난 아버지와 달라라며 내가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였고, 내가 힘들었을 땐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 거라고 착각하였고...... 어떤 상황이든 아버지 탓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내 세상에 닥칠 큰 먹구름을 막아주고 계셨었다. 자식에게 올 거대한 먹구름을 혼자 떠안고 계셨다. 난 그런 아버지를 시커먼 먹구름이라 간주하며 탓하고 미워하며 걷히기만을 바랐다. 먹구름은 나였을지 모른다. 그는 먹구름을 짊어지느라 물들었던 것일뿐이었다. 그는 하얀 구름이었다.


Convert

가족의 표정을 바꾸다.

T.T -> ^O^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가르침을 잘 새겨 남은 어머니와 형과 함께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어머니의 시간도 언제까지 일지 모른다. 그리 길게 남아있지 않다. 그 시간 동안 내가 해야 할 일은 행복해지는 것이다. 행복을 키워 다 나눠드려야 한다. 행복의 크기가 원의 크기라면 점에 가깝던 나의 원(O)은 전보다는 커졌다. 그 어떤 먹구름이 들이닥친다 해도 난 형과 어머니에게 우산(^)을 씌워드리려 한다. T. T였던 가족의 표정을 ^O^ 로 바꾸었다.


선로를 바꾸다.

불불선 -> CC선


4대의 폭주기관차들은 선로를 위태롭게 타고 있었다. 서로 다른 선을 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린 가족이라는 공동체였다. 따로따로 달리지 않았다. 불불선을 타던 건 아버지뿐만 아니었다. 나, 어머니, 형 역시 같은 선을 타고 있었다. 그러기에 내가 선로를 갈아타면 가족들도 그 선을 함께 갈 수 있다. 비단 가족뿐이 아니다.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많은 사람들도 태울 수 있게 될 것이다. 난  선로를 CC선으로 바꾸었다.


Cloud : in the sky

하늘 같던, 구름 같던


집 거실 벽면에 걸려있는 큰 가족사진 액자가 있다. 운동을 하면서 그 사진을 늘 바라본다. 아버지가 퇴직하실 때 정복을 입찍었는데 꽤 멋있다. 그 사진엔 아직도 우리 네 식구가 여전히 함께한다. 늘 하늘 같던, 구름 같던 아버지의 사진을 바라본다.

그 구름 위에 올라타 그와 만나는 모습을 상상하여 본다. 눈물이 온 구름을 적실 것만 같다. 그의 앞에 선 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군다. 그가 다가와 그런 날 바라보고 미소 지으며 말한다.


"왔니. 고생했다."

Clear

눈물이 구름을 뚫고  하늘은 맑아지고 있다. 내 마음의 날씨에 맑음을 가져다준 그가 보고 싶다. 그 순간 술에 대한 트라우마가 극복되었다.


Continue......


열차의 운행은 계속된다.


    •°º°º○•°º°º○•~~술은 술일뿐~^O^

    [] 

 C칭칭퐁퐁__C칭칭퐁퐁__C칭칭퐁퐁__C칭칭퐁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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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고 있는 많은 C들로 이을 CC선 운행은 계속된다.


날씨의 변화는 계속된다.


날씨는 변하기 마련이다. 날씨가 뭐 이래? 할 틈에 튼튼한 우산 장만에 힘쓰고 큰 우산도 들 수 있는 힘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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