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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종이-곱게 접어 비행기를 만들자.

#01. 색을 인정하다.

by 이별난 Jan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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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라우마의 극복


1. 색

극복하게 해 준 계기는 아이들의 마음이었다. 근 10년을 함께한 아이들과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성격에 다수 앞에서 말을 한다는  상상도 못 했다. 근무한 직장에서 주 업무는 아이들과의 수업, 영업, 상담, 회의진행이었다. 아이들 앞에서도 얼굴이 빨개졌던 그때.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었던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내게 스며들었다.  아이들이야말로 나의 고마운 스승이었다.


Challenge
도전을 멈추지 마!

매일 긴장의 연속이었다. 타인 앞에 서서 말을 하고 주목받는 일이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도전과제도 많았고 어설픈 모습뿐이었지만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입사하고 1년 반정도 지나고 나서야 주변의 시선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다.

Chance
지금이 기회야!

매 순간 포기하면 난 변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나를 세뇌시켰다. 얼마나 시켰는지 지금도 망설이는 일이 생기면 그때 했던 '지금 안 하면 난 평생 못 해.'라는 극단적 생각을 적용시킬 때가 있다. 지금도 무언가를 해야 된다고 생각할 땐 여전히 이 주문을 외운다.

Can
할 수 있어! 하고 있는 거야!

실력이 없어서 매번 자신감이 떨어지는 상황을 피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도 안 되는 건 안되었다. 그래도 '지금 해야 언젠가는 할 수 있다. 언젠가 좋아지겠지. 난 할 수 있다.'로 다행히 포기하지 않았다. 설사 지쳐서 제자리인 듯해도 '포기하지 않으면 하고 있는 거야.'라고 주문을 외웠다.


2. 색종이

Color

황인종, 흑인종, 백인종으로 표현하듯 색으로 나란 종을 표현하면 노랬다가 빨개졌다 하는 양면 색종이다. 난 자신을 다른 종인 줄로 여겼을지 모른다. 그래서 다른 이들도 날 그렇게 볼 거라 믿었다. 설사 그렇게 보더라도 그건 그들 자유였는데 말이다. 그리고 심지어 그들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결국 내가 날 그렇게 봤다. 돌아보면 양면 색종이가 나의 색일 뿐이었다.


3. 색종이 접기

cooOO○○~~~~쿠우우우


비행기 접기


내성적, 소심함, 수줍음, 부끄러움은 나를 표현하는 어휘들이다. 지금이라고 내 안에 왜 없겠는가.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숨으려, 감추려 접힌 자국들이 많다. 그 자국들을 반듯하게 펴려고 다림질이라도 하고 싶었다. 아예 나란 색종이를 찢어버리고만 싶었다. 그리고 새 색종이를 고 싶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없었다. 나라는 색종이는 한 장이었다. 한 장임을 받아들이고 접힌 자국들도 내가 걸어온 자국들임을 온전히 받아들이니 펴지기 시작했다. 비록 꼬깃꼬깃하지만 다시 곱게 접어  비행기를  만들 수 있었다. 이젠 내 의지로 접었다 폈다가 전보다 가능해졌다.


노래를 이어 부른.


접은 비행기는 구겨진 면들 때문에 저항이 많아 성능이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건 활주로를 달려봐야 안다.


지난날 삶의 어두운 면들이 날 더디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아가질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그렇게 나는 나아가며 노래를 이어 부른.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활주로 진입


굉음소리가 들린다. 몇 초 후 활주로에 진입한 비행기가 달릴 준비를 한다. 엄청난 속도로 활주로 끝에 도달한 비행기는 드디어 떠오른다. 창을 사이에 두고 세상은 비스듬하게 보인다. 활주로를 돌진할 때 그 큰 엔진소리가 고요하게 느껴진다. 속도가 느껴지지 않는다. 비행기는 궤도를 찾아 다음 목적지로 날아간다.


벅찬 소리가 들린다. 꿈과 목표를 가진 사람들은 하루를 달리기 시작한다. 행동이 습관이 되어 작지만 큰 행복을 맛본다. 어제와 다르게 보이는 세상이다. 숨으면서, 감추면서, 인정 안 하면서 지냈던 세상이 아니다. 아직 궤도에 오르진 못했다. 이제야 활주로에 겨우 진입한 느낌일 뿐이다. 꾸깃꾸깃 접혀있던 양면 색종이를 펴서 곱게 접는다.


♬색종이를 곱게 접어서 물감으로 예쁘게 색칠하고 알록달록 오색실 꼬리 달아 비행기를 만들자~

[1986년 제4회 MBC 창작동요제 대상곡: 종이접]


쿠우우우우우~~~

엔진소리가 커지다.


어찌 생각하면 내가 내 피부색을 차별대우 했던 건 아닐까. 자신의 모습조차 차별대우 했던 내가 혹시나 타인의 피부색도 차별한 적이 있던 건 아닐까. 피부색은 다 다르다. 사람의 성격과 가치관의 색도 다 다르다. 때론 나와 타인의 다름을 틀렸다고 봤던 적이 적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나도 남들과 다른 것뿐인데 내가 날 틀렸다고 보고 있었을지 모른다. 내가 생각하는 활주로는 [다름에 대한 인정]다. 끝이 없을지 모를 활주로를 달릴 있게 엔진이 겨우 켜졌다. 꺼지지 않도록 나와 공부하고, 이해하려 하고 있다. 피부의 색뿐이겠는가. 내 마음의 색 역시 무슨 색인지 알아차리려 하고 있다.


80억 장의 색종이 선물


그제야 비로소 내 색뿐 아니라 저마다의 색이 희미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고맙게도 세상은 나에게 80억  색종이를 선물해주고 있다. 감사하게도 나의 색이 그 한 장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주면서......


그리고...


당신도... 


한 장의 소중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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