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세트가 타고 여행했던 베로니크 47호 로켓이 비행 도중에 얻게 된 연구 성과는 상당했어요. 로켓 발사 단계부터 비행 과정을 녹화한 자료들 중 일부는 상태가 좋지 않아 분석하는 데에 어려움을 겼었지만, 대부분 유용한 정보들이었거든요.
여기서 측정된 가속도, 압력, 온도, 소음 등의 비행 데이터는 고양이의 귀환 이후 회수된 탑재 기록 장치에 모두 담겨 있었기 때문에 결과 측정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비행을 마친 펠리세트의 건강 상태는 양호했고, 그 고양이의 몸속에 숨겨져 있던 전극이 비행 기간 동안 펠리세트의 두뇌 활동 상태를 성공적으로 전달해 주었습니다.
특히 무중력 상태에서의 펠리세트의 반응은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었어요. 무중력 상태에 접어들자 고양이의 심장 박동은 느려졌지만, 호흡은 정상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수신된 자료에 따르면, 펠리세트는 한동안 무기력증에 가까운 반수 상태를 경험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태는 전문적인 용어로 일종의 심리적 기능에 따른 “중추 신경 기능의 억제”라고 부릅니다. 비행 중 무중력 상태에 돌입했을 때 펠리세트의 뇌파 변화가 그 점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펠리세트의 뇌파는 대뇌피질의 경로에서 느린 파도 모양을 그리고 있네요. 착륙 직전인 후반부에 이를수록 하강의 충격 때문인지 다소 변화를 보이긴 하지만요.
하지만 그것은 수면 상태나 혼수상태에서 측정되는 뇌파와는 분명 다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을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무중력 상태에서 펠리세트의 두뇌는 간헐적으로만 깨어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고양이에게서 발견되는 이런 특이한 반응이 우주 비행사들에게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합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라 덧붙였죠.
왜냐하면 인간 우주 비행사들의 경우에는 펠리세트처럼 가만히 캡슐에 담겨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비행을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 우주비행사들은 혼자서 비행하든, 여럿이서 비행하든 갑자기 닥친 위기 상황을 직접 통제해야만 하고, 주위의 동료 비행사들과 끊임없이 상호 교류를 해야 하니까요.
이러한 생리학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프랑스의 우주 생물학 실험, 특히 우주 고양이 프로젝트로 인한 것이었죠.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그랑 피에르 교수는 이 실험에 있어서 프랑스의 독자성을 자부합니다. 교수님의 말씀을 한 번 들어보죠.
“처음으로 우리가 뇌 활동 과정을 송신한 것은 프랑스로였습니다. 강도가 약했기 때문에 결국 완전한 증폭이 필요했고 이것은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이루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우리 실험이 독자적인 것은 바로 이런 관점에서입니다.”
맞습니다! 프랑스는 과거로부터 전파 송수신에도 일가견이 있지요. 여러분들은 파리의 랜드 마크인 에펠탑을 알고 계시지요? 에펠탑은 1789년에 있었던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을 맞이하여 프랑스에서 열린 1889년 만국 박람회를 기념하고자 구스타프 에펠이 만든 철조 건축물입니다. 항상 관광객들로 성황을 이루는 에펠탑은 사실 관광지의 건축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데요, 그곳에서 혁신적인 과학적 실험이 이루어지기도 했답니다.
1903년에 이 탑을 축조한 에펠은 자비로 무선 전신 네트워크 구축에 참여했습니다. 그때는 아직도 광학 신호나 비둘기를 통해 중요한 소식을 전하던 시절이었어요. 무선 전신 시스템은 비록 초기 단계에 불과했지만 에펠은 자신의 탑 꼭대기에 안테나 설치를 허가했고, 그 덕분에 이 실험은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1914년 1차 세계 대전 당시 프랑스가 탑에 설치된 무선 송신기를 이용해 마른 전투 초반에 독일의 무선 통신을 방해한 일화는 에펠탑만큼이나 유명합니다.
이처럼 프랑스의 송신 시스템은 상당한 역사와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우주로부터의 송신 또한 자부할만한 수준이었겠지요. 우리 시대의 우주 비행사들이 비행 전 몸에 바이오 메디컬 센서를 부착하고, 우주에서 지구로 비행사의 신체적 변화를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또한 프랑스의 생리학 연구의 영향도 있었을 것입니다.
프랑스는 자국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우주 생물학 프로젝트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우주 개발 계획에 발을 들일 수 있었습니다. 고양이 펠리세트가 우주 비행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당시 제 3의 우주 강국이었던 프랑스에게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펠리세트로 인해 프랑스는 자국의 자연 과학과 기술력을 동시에 선보이는 기회를 얻었던 셈이니까요.
펠리세트가 우주 생물학 프로젝트에 기여한 바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주 고양이 프로젝트는 프랑스의 독자성을 드러내는 우주 생물학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소련과 미국에 못지않은 로켓의 기술적 성과를 입증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지구 한 바퀴를 돌며 인류 최초의 궤도 비행에 성공했을 때, 실추된 위신을 만회하고자 그로부터 한 달 후인 1961년 5월, 앨런 셰퍼드를 머큐리 3호에 탑승시켰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그 비행은 진정한 궤도 비행이 아닌 탄도 비행으로, 총 비행시간은 15분 정도였지요. 셰퍼드가 대기권 밖에서 무중력 상태를 경험한 것은 불과 5분가량 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셰퍼드의 탄도 비행은 프랑스의 우주 고양이 펠리세트가 이루어낸 성과와 거의 흡사하거든요! 펠리세트는 약 13분 가량을 비행했고, 셰퍼드처럼 약 5분간 무중력 상태를 경험했으니까요!
비록 인간이 아닌 동물의 탑승이었지만, 이는 예민한 신경 체계를 지닌 고양이가 최초로 우주에 진출한 선례가 되었고, 첫 성과로서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렇다면 프랑스는 고양이 프로젝트의 성공 이후에도 이러한 실험을 계속 했을까요? 이후에는 어떤 동물들을 우주로 보냈을까요? 오늘은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 이만 미야우~ !!!